부처님께서 왕사성 짓자꾸따산(靈鷲山)에 계실 때였다.
그 때 왕사성에는 96종의 외도(外道)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스승을 먼저 공양하고 섬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것을 알게 된 석제환인(釋帝桓因 帝釋天)이 그들의 사견(邪見)을 일깨우기 위하여 점잖은 늙은 바라문으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수레를 거창하게 꾸미고 좌우에 소년들을 데리고 왕사성 거리를 가로질러 부처님이 계신 짓자꾸다산으로 나아갔다. 이 모습을 보고 성안의 많은 사람들이 따라 나섰다.
석제환인은 부처님께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고통을 떠나 피안에 이르러
미움과 원망 두려움 없애시고
진리를 전하시는 성왕(聖王)께
머리 숙여 예배하나이다.
복을 지으려는 사람
어느 곳에 보시해야 하고
어떤 복전(福田)에 씨앗 뿌려야
적게 뿌리고 큰 과보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자신이 아는 것처럼 실천하는 수행자는
그 공덕이 바다와 같나니
그들이야말로 잘 길들이는 이[調御師]의 제자라 말한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지혜의 등불을 밝히고
항상 중생을 위해 진리를 가르치나니
그들은 출가자의 복밭[福田]이로다.
이 복밭에 씨앗 뿌림이 지혜로운 씨뿌림이요
이들에게 공양함이 훌륭한 제사로다.
물건을 불태워 저 하늘에다 제사함은
공연히 재물만 허비할 뿐 공덕이 없나니
지혜로운 이의 베풂이라 말할 수 없다.
출가자를 향해 바른 마음으로 공덕 지으면
현명한 이의 바른 씨뿌림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진리를 깨달아 한량없는 공덕 갖춘 붓다도
수없이 많은 말로 출가자를 찬양한다.
누구인가 섬기고 받들어 제사하는 일 가운데
출가한 사람을 향한 베풂이 제일이니
누구라도 작은 선행으로 큰복을 얻을 것이다.
법답게 살아가는 사람, 그가 바른 출가자이니
그들을 받들어 섬기는 사람이 대장부니라.
저 깊은 바다 속에 한량없는 보배 있듯이
출가한 자들도 바다 같은 공덕을 지니고 있으니
출가자를 칭찬하고 믿음으로 받들어 섬기면
착한 대장부가 되어 기쁨을 거둘 것이다.
때때로 베풀어 공양한 공덕 헛되지 않아
삼세(三世)에 즐거움 얻고
삼악도(三惡道 地獄ㆍ餓鬼ㆍ畜生)를 벗어나며
삼독(三毒 貪ㆍ瞋ㆍ癡)의 독한 화살을 멀리 벗어나니라.
깨끗한 믿음으로 손수 베풀면
스스로 이롭고 남들도 이로우리니
이처럼 베푸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말하리라.
믿는 마음 이미 청정해지고 열반 또한 얻으리니
살아서 극락이요 죽어서도 극락이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길을 가리라."
<잡아함경(雜阿含經)>
세상이 혼탁하다. 부처님 말씀처럼 공양을 받아야 하는 수행자는 어디에 있을까?
자신이 아는대로 실천하는 사람, 법답게 살아가는 사람.
사찰 법회에서 주지스님이 하나원에서 교육받으러 오는 사람에게 스님을 권했다는 이야기의 단면을 생각하면 이제 스님도 이 사바세계에서 밥먹고 살아가는 하나의 직업으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 말을 하는 주지스님의 법문은 이제 내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공양을 받을 수행자는 어디에 있는가? 불자는 위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서 헛된 곳에 공양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내 눈에 그런 수행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밥을 굶는 이에게 밥을 주고 아픈 이에게 치료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귀한 불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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