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교류3)누구의 승질이 끓고 있는가
1시간 정도 대화를 했을 때 전화 걸 곳이 있다고 했다. 끊으시라 했고 다시 전화를 걸 것 같은 뉘앙스(그렇게 받아들였다)로 마무리가 됐다. 통화를 마친 후에 생각들길 오늘 전화가 오지 않는다면 다시 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였다. 그 날 읽어야 할 경전을 옆으로 밀치고 한 통화였고 전화 상태가 좋지 않아서(전원이 그냥 꺼질 때가 있다) 혹시 올지 모르는 전화를 잠자기 전까지 기다렸다. 11시가 넘어서면서 안오겠구나 했는데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좀 찜찜했다. 그의 말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면서(서로 평행선을 유지하는 대화로 진행되었다) 전화 중간에 그가 말하길 '자신이 아마도 동조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는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런 욕구가 있었고 나라면 그것을 맞춰주리라 기대하고 나눔을 하자고 한 것이니 다른 말을 하는 내가 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하지 못했으니 언제라도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나는 괜찮다는 말을 전해주지 못하고 종결된 상황같아 찜찜했다. 그런데 전화하지 않는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마음내키지 않아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되었던 상황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할 겸 또 좋은 대화였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 글을 적었다. 글을 적고 보니 상대가 읽으면 기분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자비를 적은 내용들이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글이 되기에. 그런데 거기서 더 무언가를 바꿔 작성할 능력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마저 글로 적었는데 엄청 열받은 듯 했다.
사실 나의 우려와 달리 기분나쁘지 않았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자신이 기분나쁠 것이라는 생각이 내 착각, 내 멋대로의 생각이라고 여러번 글로 전해왔다) 그가 전하는 글, 행동들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기분나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기분이 엄청 상해서 모든 말장난을 동원하여 내 염장을 지르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자신의 글들을 보고 거품처럼 승질이 인다면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남한테 선함과 지혜로움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많은 것이니 참회거리로 삼으라고 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사람은 지금 승질이 거품처럼 일어나서 주체못하고 이렇게 전화하고 메세지 보내고 그러나 보다.' 사실 교류를 청하는 글을 읽고나서 그 끝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안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일었음에도 그런 무의식, 불성이 전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청을 받아들인 내 불찰이 컸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았는데 자신을 반대한다는 생각이 들 글을 올린 것도 솔직히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렇게 감정 스민 글들, 비비꼬인 글들을 연속으로 받았는데 미안하게도 그저 여러가지 생각이 흐를 뿐 올라오는 승질이 없었다. 너무 평온해서 우리의 상황이 그저 그림처럼 그려졌다. 누가 화를 내고 있고 누가 평온한지.
화를 내게 만든 원인이 나에게도 있으니 그런 배려심, 통찰력 부족이 벌인 상황에 대해 마음 편하지는 않다. 뜻이 바르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사람에게는 나의 표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찰이 부족하여 오해를 할 지점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8번의 메세지를 보내오는 동안 답을 안했는데 다음날 정말 필요할 때 연락해도 된다, 그 사람이 법화경 공부를 잘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담긴 말, 미소 섞인 말이 이미 삐딱해진 그의 눈에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사니까. 돌아오는 글을 보고 내가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감정의 동요는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독기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적는것이 좋은가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이것은 나를 위해서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매이지 않을 것 같다. 어제 법화경을 정말 힘들게 읽었다. 연말까지 읽어야 할 목표가 있어 꼭 읽어야 하는데 머릿속에 온통 이 일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이 흘러 넘쳐 글자를 글자 그대로 새기며 읽지 못했다. 이틀의 짧은 교류인데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바로 삭제했지만 댓글을 통해 이미 자신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으니 그 마음에 대해 적어도 되리라 생각한다.
이 사람과 비슷한 이를 합창단에서 만났었다. 알아차리는데 몇 개월이 걸렸고 그 이후 몇 개월을 힘들어했고 간신히 마음이 평온을 되찾아간지 이제 한달 조금 넘는다. 거의 1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공부를 했을까. 이 사람과는 이틀에 끝이 났고 감정의 동요가 거의 없었다. 인연이 흐르는 것도 감정의 움직임도 대응도 모든 것이 변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변화를 알게 해준 이 상황이 고마워졌다. 만났고 흘러갔고 내가 남았다. 부족함을 알았고 그로 인해 배웠다. 다음에는 더 좋을 것이다. 그는 어떤 모습으로 지나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