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꿈) 벌이 쫓아오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6. 24. 07:24

언제부터인지 꿈이 현실같기도 하다. 스토리가 있고 현실에서 그러하듯 의지를 갖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내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될지 모르지만 배경만 다를 뿐 사는 내가 있다. 그 꿈을 통해 내가 어떠한지, 상황이 어떠한지를 가늠할 때가 있다. 그제인가는 종단의 큰 스님이 나에게 설법을 해주셨는데 꿈 속에서 듣고 깨고나서는 잊어버렸다. 아마 아직은 그런 근기, 청정함이 아닌가 싶었다. 기억해야지 했다면 기억했을건데 요즘은 꿈에 큰 의지, 의도를 담아 바라보고 기억하려고 맘쓰지 않는다.


오늘 새벽은 아주 긴 꿈을 꾼 것도 같다. 길고 긴 스토리인데 그 중 한 단면만 적으려고 한다. 일전에 굉장히 위협적이고 큰 벌이 꿈에 나왔다고 적은 적이 있다. 오늘은 꿈의 말미에 위협적인 벌에게 쫓겼다. 빠르고 머리가 영리한 벌 한마리였다. 본체에 구름처럼 무언가가 달려있는 모습이었는데 죽일 생각은 못하고 그저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는 생각 뿐이었다. 달리고 달려 사람들이 있는 교실 같은 건물로 들어갔는데 방충망이 달린 큰 창 두 개가 있었다. 다소 틈이 있는 허술한 방충망이라 내가 들어온 곳 가까운 곳의 방충망 틈이 벌어지지 않게 애쎴는데 다른 방충망 앞에는 남자, 여자 아이가 있었다. 이제 그 곳을 마무리해야 한다 생각했나 싶은데 남자 아이가 팔을 바깥으로 빼더니 벌을 죽여버렸다. 그냥 장난감 플라스틱 조각처럼 갈라졌다.


꿈을 깼다. 뭔가 위협적인 존재가 사라져버렸다. 내가 아닌 다른 이에 의해서 말이다. 현실에도 아니 내 내면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을 것도 같다. 어쩌면 이미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꿈은 그런 것을 보여주는 창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마주하여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잘모르겠다. 위협적인 대상에게 마냥 쫓기던 나였는데 사라진 것을 기뻐하고 안심하는 것으로 족한지. 왠지 좀 그렇다. 내가 안전해진 것은 좋으나 벌이 애초 그런 위협적인 대상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 인연을 모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나무 아미타불. 다 밝아질지어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