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꿈을 꾸고 반성하다.
한동안 꿈을 꾼 것이 명확하게 남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 왜 그런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내 마음이 혼탁해져서 그러한가'했다. 삶이 바빴고 법화경도, 염불도, 능엄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날이 이어졌었다. 어리석은 마음의 행태는 이러했다. 시간이 없을 때에는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내일 시간이 나니, 경을 읽으리라'하는데, 막상 당일이 되면 몸과 마음이 흐트러진다. 그 흐트러지는 몸과 마음을 추스리지 않고 여러날을 지냈으니 견고하지 않은 마음이 혼탁함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어찌 이상할까. 그런 날들을 반성하면서 수행의 명맥을 유지하기 시작해서였을까. 다시 꿈을 꾸고 기억하고 바라보고 그런다.
오늘은 짤은 꿈이야기이다. 카페에 보면 꿈이야기를 많이들 적는데 그냥 바라보고 생각하고 마음잡고 넘어가는 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라면 그 꿈이 무엇이든 수행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꿈이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니 유익함에 이를 수도 있다. 오늘 꿈이야기는 함께 일하는 동료와 나에 대한 것이다. 9월 함께 일을 한 사람은 너무 힘들었다.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인연이라 만났을텐데 왠지 인연이라 무언가를 풀기 위해 만났다는 생각보다 그 사람을 통해 내 마음이 어떠한가를 알아차리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그 사람과 업무조로 묶인 한달이 끝났는데 근무가 바뀌면서 다시 1박 2일을 함께 보내게 됐다. 하루를 보내면서 불편한 마음이 많아 쌓였던지 어떤 일을 계기로 폭발했고 그 사람에게 따지듯 말하게 되었다. 그렇게 근무가 마무리되었다.
당일도 아닌 하루가 지나고 나서 그 사람에 대한 꿈을 꿨다.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기때문이리라. 꿈은 이랬다.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그 사람이 다른 차량을 따라 급하게 운전해 내려가고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꿈 속에서 알아차려지길 그의 운전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이었고 얌체같은 마음으로 이루어진 운전이었다. 아무튼 나도 그 사람을 따라 내 차를 운전해 내려갔는데 갑자기 아스팔트 공사할 대 도로를 다지는 롤러 차량이 나타나 그 사람 차량을 완전히 깔아뭉개버렸다. 그 사람이 사라져버렸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만) 그 일이 일어난 직후 나는 지하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섣불리 움직이면 비슷한 일을 당하게 될 위험한 상황(천장이 무너져서 롤러에 깔리듯 묻혀버리는 상황)으로 인식되었기에 걱정하며 한동안을 가만히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그러다가 다른 이들에게 구조되었다.
사실 꿈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단순한 의식의 반영인지, 선몽인지 누가 알까. 그런데 나로서는 꿈이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 닥칠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선몽까지는 아니더라도 '너 지금처럼 살면 이렇게 된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지속하여 잘못된 마음을 쓰고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해나간다면 롤러에 깔려 사라지는 것과 같은 그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를 따라 나 역시 같은 마음을 쓰고 행을 지어가면 같은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꿈으로 이해되었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정확하고 상당히 자비롭다. 왜인고 하니 처음에는 마음을 지키고 중심을 지키려고 했지만, 함께 부딪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차 나도 모르게 그의 험담을 하게 되고 좋지 않은 마음을 쓰게 되는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탁한 마음이 번져가니 마음이 경고해주는 것이 이 날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꿈에서 깨어나 나를 반성하며 잘 살아가리라 다짐했건만 역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알려주는 마음이 있으니 알려줄 때마다 다시 돌아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에 머물기를 발원하며 순간을 창조해갈 것이다. 무너지는 건물로 들어가지도 머물지도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