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르침을 한글로 읽어야 하는 이유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7. 12. 11:05

어머니가 권한 천지팔양신주경을 읽고 나서 어머니에게 책을 돌려주면서 앞으로는 한글로 읽으시라 했다. 이해못할 한자로 가르침을 읽는 것은 안되는 일인가? 그럴리가 있을까. 그 자체로 공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의 참다운 의미가 법을 이해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에 있다고 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한자로 읽는 것은 커다란 이익을 눈앞에 두고 정말 아주 작은 이익을 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좋다고 누군가에게 권유받은 천지팔양신주경, 어머니는 읽으면 좋다는 순간을 선별해서 잘 읽어오셨다. 그런데 경을 읽으면서 가르침과 사뭇 다르게 믿고 다른 믿음을 바탕으로 바르지 않은 행을 부지런히 해오셨다. 가르침에 맞게 해온 것은 그런 일이 있을 때 천지팔양신주경을 읽었다는 것이다.


경에 이르길 모든 날이 좋으니 일은 가용한 날에 하면 되는 것이고, 다만 천지팔양신주경을 세 번, 또는 일곱 번 읽으라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좋은 날이 있다는 믿음으로 늘 그것을 알려주는 사람을 찾아다녔고 그 날을 잡은 후에야 일을 추진하면서 경을 읽으셨다. 경을 부지런히 읽으시면서도 경에서 경계시키는 행에 견고하게 매여 있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마음이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이리 저리 휘둘리고 자유롭지 않으니 보물을 두고도 그 보물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불교의 수행에 대해서 어머니를 존경한다. 나는 엄두도 못낼 정성과 지속적인 행으로 매일 매일 불법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천지팔양신주경을 한자로 계속 읽으신다면, 정성스럽게 읽는다해도 잘못 알아서 매이게 되는 마음의 감옥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어제는 다른 일들을 하느라 어머니에게 아직 알려드리지 못했다. 아마 알려드리더라도 한번에 그러하구나 이해하고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작용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이라 알아도 그것을 떠나면 불안해지는 마음에 길들여져 있다. 지장경을 읽어 마음을 옥좨는 고통에서 점차 벗어나듯이 한글로 천지팔양신주경을 읽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편안하고 지혜로운 어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으로 읽든 이해할 글자로 가르침을 마주하는 날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