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져다 쓸 수 있지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6. 16. 09:39

너무 구체적으로 적으면 불편할 듯 하여 대략 적으려는데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의 일인가 생각드는 사람이 한 명은 있었으면 한다.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글을 적을 때 대상을 정해서 적기도 한다. 특히 공왕불기도와 관련하여 적을 때 인연따라 읽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공왕불기도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마주한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글에는 대부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이해, 생각, 경험을 적는다. 적으면서 수행을 정리기록하는 면이 있고 읽는 누군가가 참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것이 나로서는 나름의 전법 기회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일을 사유할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배경으로 적는 글이기에 글을 읽어 깊이 사유하고 부처님을 더 바르게 아는 기회가 된다면 반가이 맞이할 일이다.


그래서 가져다가 쓰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 나쁘지 않다. 누군가가 기존의 글과 다른 언어, 뉘앙스, 이야기를 하는데 그 속에서 나의 글이 느껴지면 나쁘지 않다(물론 지금 이런 생각 자체가 잘난 척을 하는 일, 착각하는 일이라고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리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서 적는 글이니 너무 불편하면 창을 닫기를 권한다). 그런데 진심으로 받아들여서 가져다가 쓰는 일이든 진심이 아니나 전략적으로 가져다가 쓰는 일이든 지금의 모습으로는 두 가지가 다 마땅치 않다.


왜 그런고 하면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면 그 자리를 벗어났어야 할 것인데 여전히 특정기도만이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근기를 고려한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면 그런 가르침은 부처님의 것과 어긋나기에 바르지 않다고 본다. 법의 본질을 논하는 법화경을 앞에 두고 가리고 분별하는 것을 말한다면 다시 법화경을 찬찬히 읽어봐야 한다. 진지하게 전하건대 바른 바탕에 뿌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엇을 하든 장난같은 일일 뿐이다. 빨간 색 물감을 품고 있는데 하얀 천으로 둘렀다고 하얀 것일까. 어차피 결과는 빨간 색을 벗어나기 어렵다. 전략적이라고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안에는 이것을 감추고 바깥은 다른 것으로 포장하는 그 마음은 바른 것을 떠나있다고 본다.


가져다 쓸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 기쁘지 않다. 가져다 씀으로써 빨간 물감을 온 세상에 뿌리는 힘으로 삼는다면 차라리 나의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어떤 법계가 가리고 흐리는 일을 기뻐할 것인가. 혼자만의 흐린 길도 좋지 않은데 그 길에 부지런히 다른 이들의 동참을 권유하는 것이 어떻게 좋은 일, 기쁜 일이 될 것인가. 그래서 그 일에 나를 가져다가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의 이 마음이 그대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궁금하지 않은가. 왜 저 사람은 계속해서 저리 말할까. 궁금하다면 날 것 그대로의 부처님, 날 것 그대로의 경전을 만나라. 그대의 부지런함이 참으로 선업되는 날이 올 것이다.


떠나야 할 분별심을 조장하는 이들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불인지 모르고 달려드는 나방을 보는 듯하여 안타까워 적어봤다. 나의 걱정에서 시작된 글들이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곳에 자리잡는 것이 느껴져 적어봤다. 조금은 쎈 글이라 적으면서도 편하지 않지만 오늘 글의 인연으로 서로가 바른 사유로 나아가는 계기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