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에서 맴돌다.
오랜만에 합창단에 갔는데 우리 팀원이 다른 파트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나를 합창단으로 인도한 사람이었고, 사찰에서 기도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내가 잠시 합창을 쉬기 전에 새로 들어온 단원과 잘 어울려 지내기에 참 오래간다 싶었는데 그 사람과 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오래 잘 지낸만큼 갈등의 여파가 컸는지 기어이 자리를 조정하기에 이른 것 같았다.
그 사람을 보면서 오랜 시간 궁금했다. 자기의 상이 너무도 강했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그러면서 기도를 너무 열심히 했다. 어떤 기도를 하는지 모르지만 어느날인가는 잠시 기도를 게을리하다가 운전면허시험을 보게 되어 기도한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의 기도는 그런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경전의 가르침을 굳게 믿었으니,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그의 마음도 보살심으로 물들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지금의 모습을 보건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의 세계는 대상이 바뀔 뿐이지 똑같은 행동으로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흡사 같은 자리를 맴도는 자와 같아서, 기도를 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인연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그의 세계가 변화할지 모르지만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래서 자신을 닦아가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나라고 하는 것에 매이는 마음은 어리석다. 그런 것은 없는 것이니. 과거의 업, 습으로 익숙해진 그림자를 나라 주장하면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으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원래 이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어떤 이를 만나도 같은 결말에 이르러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상황을 회피하는 사람. 이렇게 살아가면서 괴로운 날이라면 오늘은 그렇게 만들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리 적는 나도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맴돌지 말고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