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공이 넘어갔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 13. 15:07

무슨 꿈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꾸고 나서 나에게 있던 것이 다른 이에게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이 나에게 드러웠던 것을 거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뭔가 까인 것 같은 마음, 퇴락하는가 하는 살짝 절망 비슷한 그런 마음이 됐다. 과히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 이후 잠을 다시 잤고 꿈들을 꾸었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꿈 속의 상황들을 마무리해나갔다.


오늘 합창단톡에 간부직을 후배가 하기로 했다고 단장님이 공지했다. 끝까지 할지 말지로 고민이 많았던 일이었는데 문득 아침 꿈이 생각났다. 이것을 말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간부직 청을 받았을 때 여러가지 상황들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두 번에 걸쳐 거절을 했다. 생각해보면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 하는 뜻을 강하게 세운 것이 아니었고 재는 것이 많았다. 사실 하고자 하면 못할 일이 아니었으나 마음에 걸리는 것들에 마음이 머물렀다. 어찌되었든 새해 들면서 마음을 어지럽히던 일중 하나였다. 간간히 능엄주를 읽고 염불을 하고 법화경을 읽었지만, 마음을 모으지 못하고 나태했다. 그렇게 10일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나태함은 충분하다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생각하건대 하나의 기회가 사라졌다. 물론 쉽지 않았겠지만 나를 깨뜨리고 넘어설 기회가 사라졌고 그것을 무의식은 알아차렸나 보다. 어쩌라. 하나의 길이 아니니 또 새로운 나의 길을 가면 되지 싶다. 맞겠지? 맞을 것이다. 안맞으면? 맞게 만들겠다. 유익을 바라는 마음, 나의 생각으로 재는 그 마음을 보았기에 어쩌면 순탄하지 않음이 예견된, 그래서 걸어가면 배움이 많았을 길 하나가 닫혔다. 그렇지만 끝이 아님을 알기에 아침 꿈에서 받은 절망의 마음을 털어내고 또 돌이킨다. 불성에 청하건대 경계를 넘어서는 그래서 더욱 불성이 드러나는 그런 날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연초 짙었던 방황을 이제는 끝내야겠다.


하나 아쉽고 스스로 나무라고 싶은 것이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너무 많은 것으로 고민했다는 것. 내민 손을 바로 잡아주지 못했다는 것.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더라도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단호한 결정 내릴 수 있기를, 그런 마음 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