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친, 아니 뒷걸음친 하루
쓸데없을까 싶긴한데 꿈을 잠깐 이야기하려 한다. 세수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꿈 말고 그냥 알아지면 안되는 건가. 아마도 그런 이유가 있을테지 싶긴 하지만 내면, 불성, 무의식이 일으키는 그 현상을 이제는 그냥 알았으면 좋겠다. 아직 그 수준이 아니라서 '옛다, 지금 니 마음이다. 옛다, 지금 니가 마주한 현실이다. 옛다, 지금 니 망상이다.'하면서 내면이 보여주는 그 이야기를 언젠가는 그저 알았으면 좋겠다. 수행의 부족, 낮은 근기가 발목잡으니 더 부지런히 정진해야 하는데. 온전히 부처님 가르침 속으로 들어가기는 커녕 귀한 하루 공을 쳤으니 어이할꼬.
할일이 많았다. 신경쓸 일도 많았다. 며칠을 그렇게 지내오다보니 육신의 피로는 풀리지 않고 마음의 통제력을 잃고 말았다. 화를 내고 나서는 무거운 몸을 그대로 눕혔다. 12시간 정도를 잤나보다. 불자는 내면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밝아지지 않는다. 잠깐 꿈이야기를 하자면 이랬다. 많은 스토리가 담긴 이야기인데 그 중 하나가 정말 높은 산, 아파트 단지에 있다가 사람들과 내려왔다. 높은 산인데 아파트가 꽤 잘 지어져있었고 단지가 수리중이었다. 주차중인 차를 이동시켜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 밖으로 나왔는데 이러다 저러다 보니 산을 내려왔다. 왜 내려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다 내려오고 보니 내 볼일을 보러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데려다줄 사람도 없고 혼자서 그 높은 곳을 다시 올라가야 했다. 한숨이 나왔다.
세수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하루를 공치고 어리석은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것이 그냥 멈추어있는 것이 아니구나. 올라가야 하는 산을 내려오는 일처럼 고스란히 다시 힘겹게 나아가야 하는 일을 벌이는 것이구나. 되돌아갈 길을 다시 내려오는 것은 어리석다. 그렇지 않은가. 예전에 홍익학당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물이 끓기 위해 100도까지 온도를 높여야 하는데 90도까지 힘겹게 올리고 숨돌리고 쉬다 보면 다시 온도는 떨어지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어리석은 일을 많은 수행자가 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제 뭔가 좀 할만하고 될만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조금 더 정진해야 하는 순간이다.
정진바라밀, 오늘은 정진바라밀을 마음에 새겨야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