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 과거의 나를 보다
한 달만에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일을 했다. 한 직원이 출장중이라 대체근무를 했다. 2인 1조로 일하는데 파트너가 지난번과 달라졌다. 20대 중반의 어여쁜 사람이었다. 어여쁘지만 지금 생각해도 낯빛이 좋지 않다. 전보다 힘들었다. 아마 그 사람도 힘들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나도 저랬겠구나 싶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때는 전혀 짐작도 못했던 부분인데, 이제 처음 일터에서 만난 사람을 보고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그 사람과 젋은 날의 나를 짧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일을 꽤 한다. 하지만 같이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사랑이 넘친다. 하지만 안정적이지 않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듯 평온한 가운데 순간 순간 상대를 평가하고 낙담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느끼며 4일을 함께 했다. '아직도 이렇구나' 싶어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감정적으로 크게 휩쓸리지 않으니 달라지긴 했나 보다. 예전같으면 힘들어하고 속으로 엄청 궁시렁거렸을텐데 연륜일까? 수행의 결과일까? 무언가 과거와는 많이 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일상생활에서는 두터운 습이 남아 주도하려하고 가르치려 하고 주장하려 하고 욱하기도 하지만 사람이나 상황이 수용되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일하면서 그 사람이 크게 밉지 않았다. 한정적이지만 상황이 짐작되었고 걱정(?) 비슷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스스로 알아차리기 전에는 답이 없다. 미로를 헤매이는 사람처럼 같은 길을 맴돌며 고생할 뿐이다.
일이야 특별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을까? 일 잘하는 사람? 글쎄.
젊은 시절 머리 똘똘한 나는 써먹기는 괜찮지만, 마음을 다해 가까이하고 감싸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때는 그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최선을 다했노라고 도덕시간에 배운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노라고 그때의 나도 나름 할말이 많겠지만, 장점 까먹는 어리석음을 너무도 오래 붙잡고 살았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인냥 바보같이 살았다. 그런 시간과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있듯 어여쁘게 생긴 그 사람도 오늘이 지나면 그런 날이 올까? 오겠지. 올 것이다. 오기를 바란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