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담긴 에너지
황전스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적자면 '나의 글에는 에너지가 담겨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의 움직임을 말한 이에게, 자신의 글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를 담고 있는데, 당신이 그것을 느낀 것이라는 말이었다. 표현을 정확히 못하겠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였다.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 싶은데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예전에 읽었던 그 스님 글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조금 적어보려 한다.
당시 스님의 글들은 참 흥미로웠다. 한번 들어가면 쭉 재미있게 읽어나갔고 읽은 글을 다시 읽기도 했다. 그렇게 읽다가 어떤 부분에 이르러서는 에이, 뭐 이래? 하면서 마음이 무언가에 획~ 걸려 넘어지는 때가 있었다. 그럴 때에는 읽던 글의 창을 쿨하게 닫아버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 생각나고 다시 읽고 싶어지고는 했으니, 에너지를 담았다는 글을 떠올리며 '나도 그 에너지를 느낄 근기, 인연인가'라는 아름다운 감상에 빠졌었다. 그랬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스님의 뜻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에 에너지를 담았다는 둥 암호처럼 희안하게 느껴졌던 그 글이 이제야 내 마음에 그대로 들어왔다.
한동안 엄청 게을렀다. 지금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그 게으른 시간 속에서도 부처님을 잊지 않았고 요즘은 다시 법화경을 읽고 있다. 계속 읽어오고는 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읽는 분량 자체가 확연하게 줄어들었었다. 그러다가 다시 전보다 열심히 읽고 있는데 요즘 생활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세우는 뜻들이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구나. 시간이 한참 지나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세운 뜻들이 현상에 그려지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글을 적으면서 세우는 뜻도 그러하지 않을까. 글에도 그렇게 현상으로 그려지는 에너지가 담기지 않을까.
다소 쌩뚱맞게 느껴졌던 스님의 글을 이 하근기가 이해했다고 하면 맞는 말인지도 알 수 없지만 왠지 무엇인가 통한 것 같기도 하다. 스님은 우주의 기운(?)을 받는 수행을 한다 언급했으니 글에 적은 그대로 글에 기운을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 기운을 받고 기운을 담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스님처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적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스님처럼 글에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적는 그 마음과 뜻이 그대로 에너지로서 글에 담긴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에너지겠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밝아지는 에너지, 나는 그런 에너지를 담고 싶고 담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와 수행의 인연이 있는 누군가의 마음으로 들어가 내 글은 그 목적을 달성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 말하겠다. 나는 글에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 에너지를 당신이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