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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6. 19. 18:39

기도에 대한 내 생각이다.


1. 나는 재가불자의 삶과 이격된 기도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건 기도는 나쁜 것을 떠나고 좋은 것을 취하기 위한 행위이다. 나쁜 것은 온갖 탐진치, 악업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것들이고 좋은 것은 불법과 관련된 온갖 공, 덕, 복에 관한 것들이다. 기도를 하나로 규정하여 말하기 어렵지만 누가 하는 기도든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도를 하는 이가 만약 절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는데 집과 같은 삶의 현장에서 기도와 다른 마음, 행을 한다면 이상하지 않을까. 자각의 시간이 다 다르겠지만 기도 열심히 한다고 내세워 말할 정도라면 기도와 삶이 점차 일치되어야 하며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치되지 않으면 당당하지 않거나 찜찜하거나 그런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다. 부모님에게 싫은 소리를 한 날, 나는 기도를 바로 하지 않는다. 아니 하기 어려운 마음에 사로잡힌다. 이런 마음밖에 못쓴 내가 경을 읽고 염불을 한다고 그게 기도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과연 법계가, 내 불성이 기뻐하고 편안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잘못을 돌이키고 반성한 후에야 염불을 하든 경을 읽는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되었다. 그래야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다. 만약 그런 과정없이 기도를 했는데 그 기도가 진짜배기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오래지 않아 잘못을 돌이키고 참회하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불성이 계속해서 나를 일깨울 것인데 어떻게 삶과 기도가 이격될 수 있을까. 


기도와 삶이 따로 돌아간다면 내면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 불성은 우리에게 삶을 돌이키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불보살은 늘 우리를 지켜보고 가장 알맞은 해법을 제시하지만 그것을 듣지 않는 것은 우리다. 잠깐 샛길로 빠진 이야기인데, 제발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왜 고통스러운 나를 도와주지 않냐고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가끔 그런다. 그런데 누구의 문제겠는가. 어리석은 나의 문제일 뿐, 불보살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에게 최적의 것을 알려주고 알아차리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방에서 고요히 하는 수행도 기도요,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도 기도이니 다르지 않으며 두가지가 온전해야 좋은 기도라고 생각한다. 방에서 하는 기도가 삶으로 이어져야 좋은 기도라고 생각한다.


2.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데 기도는 죽어라 할 필요가 있는 동시에 편안하게 할 필요가 있다. 때에 따라 다르다. 기도 열심히 하다보면 스스로 그렇게 알아지기도 하는 것 같다. 설명하기 어럽다. 죽어라 해서 넘어가야 하는 산이 있기도 하다. 그 때는 물을 끓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과 같이 끊임없이 기도의 불을 태워야 한다. 100도가 되어 물이 끓을 때까지 말이다. 또 기도 역시 일상이니 그 안에서 중도의 미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즉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최적의 선의 찾아가는 것, 그것이 기도에서도 우리가 갖춰가야 할 덕이라고 생각한다. 기도조차 집착과 욕심을 벗어난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만나는 것, 마치 숨을 쉬듯이 편안하게 하는 기도가 결국은 오래 가져갈 기도의 모습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3. 잘못된 생각하여 길을 벗어날 요량이면 차라리 생각없이 기도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인과를 믿는가. 오늘 우리 기도가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기도가 아니라면 기도의 공덕은 쌓인다(솔직히 탐욕과 어리석음의 기도가 공덕없다고는 못하겠다. 그 부분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도 좋은 기도는 아니지 싶어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도를 했는데 안좋은 일이 생겼다. 왜일까? 이리도 말하고 저리도 말하지만 사실 그 사람에게는 정답일 수도, 오답일 수도 있다. 그러니 편한대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바르게 알아야 유익하다. 그런데 바르게 알지 못할 처지라면 이런 것일까, 저런 것일까 고민하지 말고 그저 정성으로, 진심으로 좋은 뜻을 세우고 기도하는 것이 좋다. 동일한 현상을 보인다고 다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새 한마리가 울어도 좋아서 울기도 하고 싫어서 울기도 하고 그 사정은 다 다른데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새가 울 뿐이다.


4. 기도를 했는데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할까. 나는 이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먼저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 마음에, 내 행위에 잘못된 것은 없는가.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마음이 바르고 행이 바른가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문제없다면 그렇게 될 사정이 있는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조금 더 살을 붙이면 너도 나도 말하듯 '더 큰 일이 아니라 다행이며 이것으로 하나가 끝났다 보다, 감사하다' 한다. 그래도 그 사정을 명확히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을 이해하고 밝아질 방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라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니 무조건 크게 될 일을 작게 겪고 넘어간다고 평안을 말하는 것이 늘 맞는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잘못하면 문제의 해결점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니 마음을 바르게 하고 나를 돌아보고 정성된 기도를 지속하는 것, 그것이 기도자가 가져야 할 마음과 태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