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도를 해도 여전히 힘들다면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2. 12. 06:57

기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기도를 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삶을 어지럽히는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기도 한다. 자신의 박복한 삶을 탓하고 기도를 탓하기도 한다. 그저 절망에 자신을 던져야 하나를 고민한다. 어떤 사람은 기도해서 이렇다는데 나는 왜 이런 지경인가를 비교하며 낙담한다.


솔직히 그런 상황을 들어 이야기할 때 단순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도의 삶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기도의 과정일 뿐인지 삶의 단면을 보고 말하기는 제한되기도 하거니와 기도의 성취는 늘 단순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아주 오랜 시간 기도를 해왔는데 여전히 변화된 것이 없으며 마음이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때라면 전면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기도를 다시 확인할 때라 생각한다.


기복한다고 기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것은 불교의 목적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본다. 먼저 불교의 기본적인 논리를 생각해보라. 뿌린대로 거둔다. 아직 좋은 것이 거두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를 들어 100리터 항아리에 물이 99리터 들어있는 사람과 항아리에 구멍이 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99리터는 1리터를 채우는 순간 물이 가득 차며 그 이후 물을 더 넣으면 넘친다. 항아리에 구멍이 나있는 사람은 먼저 그 구멍을 떼우는 수고를 들인 후에 물을 채워나갈 수 있다. 항아리가 채워져야 드러남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항아리를 가지고 있을까. 지금 내 삶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대강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이 복이라 할 것으로 장엄하는지, 화라 할 것으로 장엄하는지를 살펴보라.  


이미 지나온 오랜 삶이 다를진대 어떻게 다른 이의 1리터와 나의 1리터가 같은 힘을 내기를 바랄까. 비교의 마음은 스스로의 삶을 더 초라하게 만들며 절망으로 이끌 뿐이다. 만약 내 삶이 남들보다 낫다면 교만으로 이어지기 쉬우니 비교의 마음은 떠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찌되었든 각자가 일구어온 삶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으로 드리운 관심을 거둬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그런 마음이 되었다면 이제는 어떤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갈지를 정해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할 것인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멍난 항아리를 떼우고 물을 채우는 일을 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이 갑자기 끝나는 것도 도깨비 방망이처럼 무언가를 한번 두드린다고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이 있어 내일이 있다. 오늘 채운 1리터가 있어야 넘칠 날도 기대할 수 있다.


자신의 항아리를 받아들이고 방향을 정했다면 흠집을 악화시키거나 그나마 어렵게 모은 물을 소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마주하게 되는 모든 상황이 결국은 나로 인해 발생한 현상임을 이해해야 한다. 험한 일을 당한다면 내가 잘못한 바가 있었음을 생각하여 참회하고 그에 대해 상대의 복을 빌어주는 마음을 내어 무엇이든 해나가야 한다. 나만을 위해 욕심내는 마음, 다른 이를 미워하고 탓하고 화를 내는 마음을 멀리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물을 모으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든 선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되는 일들에 마음을 내고 움직여야 한다. 속으로라도 선한 생각, 다른 이의 유익함을 위하는 생각, 사랑하고 가여워하는 마음을 내도록 노력하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야 한다.  


솔직히 내 삶이 힘든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경전을 가까이 하고 부처님의 이름을 불러 늘 부처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가까이 하면 물들어가니 복을 불러오는 가르침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라. 힘이 드는 고비 고비마다 진실하며 거짓없는 가르침에 의지하여 한발 한발 걸어가다 보면 우리 항아리는 온전해지고 소모되는 것보다 채워지는 물이 많으니 남들처럼 물이 드러나는 날이 가까워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불법에 기대어 나아가면 어떤 것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혼자라면 천년 만년 걸릴 그 일이 부처님 손을 잡고 나아가면 빠르게 성취된다. 고통을 벗어나 안락과 행복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 기도를 오랜 시간 해왔는데 여전히 힘들다면 잘 생각해보라. 항아리에 구멍이 있다면 잘 메워오고 있는 것인지, 물을 소모하지 않고 부지런히 모아오고 있는지를 말이다. 악업을 떨쳐내고 고통의 순간 참회하고 있는지, 선업을 행하고 기쁨의 순간 감사함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바르고 밝은 삶은 복을 점점 더 불러오고 부처님 가르침으로 견고해지면 삶은 일회성의 가피가 아닌 늘 가피가 흐르는 삶으로 이어진다. 급하지 않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는 날들이 쌓이면 끝은 너무도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