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자의 마음과 행
정해진 답이 없는 고민에 대한 글이다. 새벽 5시면 어머니는 늘 지장경을 읽는다. 정진바라밀에 가깝지 않을까 싶지만, 이미 많이 변화를 보이시지만, 늘 아쉬운 마음이 인다. 상황따라 악담 비슷한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지장경을 백날 읽으면 무엇하겠는가.' 이 말을 하고 나서 속으로 생각하길 '그래도 좋지. 부처님 가르침을 읽는 것인데' 한다. 하지만 나의 말은 신랄하다(이 부분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다. 가끔은 지장경을 열심히 읽는 그 소리가 듣기 싫을 때도 있다. 경을 읽은 그 마음에 무엇이 담겼으며 경을 읽는 순간 무엇을 행하는가에 생각이 닿으면 그러하다. 경의 가르침과 이격된 사람이, 이기적인 마음이 느껴져서 싫은 마음 일어날 때가 있다.
어머니 나름 할 말이 있겠지만, 폐가 손상되어 잘 걷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이른 새벽 자신의 병원진료를 접수해달라고 하고 나서 그 시간 지장경을 열심히 읽는 어머니는 어떤 기도를 하는 것일까. 어머니가 그렇게 열심히 지장경을 읽어나가고 매일 매일 발원을 해도 여전히 몸이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자기 중심적인 마음으로 경을 읽는 어머니 자신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생각든다. 많이 바꼈지만 여전히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신의 유익을 주로 위하는 어머니.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도 그런 마음으로 경을 열심히 읽어가는 어머니가 나는 아쉽다. 경을 읽기 위해 다른 이의 희생을 시시때때로 조장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법계는, 불성은 어찌 여길까. 열심히 하는 마음을 귀히 여기면서도 다른 이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챙기는 마음이 불성의 지혜와 자비와 멀다 할 것 같다.
이른 새벽부터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통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아버지의 새벽 병원행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 왈 병원에 환자가 많은 탓에 새벽부터 예약관련하여 다툼이 생기니 이제는 사람이 직접 오는대로 예약을 받는다고 했단다. 자신의 병원 진료는 자신이 접수하라는 내 요구에 어머니는 이제부터 자신이 하겠다고 한다. 답을 듣는데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있어 또 다시 답답함이 올라왔다. 이렇게 반응하는 나의 부족함일지 모르지만, 기도는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으로 하며 어떤 행을 짓는가가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사찰에 보면 열심히 기도하는 이들이 많다. 가끔 궁금해진다. 저렇게 열심히 기도하는 저 사람은 어떤 기도를 하고 있을까. 기도자의 마음과 행이 밝아야 한다. 무엇을 발원하는지, 그것에 불성의 자비와 지혜가 담기는지, 그것이 나의 삶과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지, 이런 것들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아침 글은 나의 반성, 사유가 동반되어야 하는 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