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도하는데 근기를 구분하지 않지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1. 16. 17:19

앞선 글에 이어진 글이다. 글에 적길 자신이 든 기도는 근기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했다. 맞을 것이다. 이제 그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아미타불을 말할 때 하근기도 가능한 수행이라고 한다. 물론 앞 선 글의 기도가 아미타불 염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기도를 염불처럼 말하기도 하니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아미타불을 예로 든다. 근기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잘못 나아가면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목적지에 이르는 여러 개의 길이 있는데 각 길마다 중간에 여러 개의 문이 있어서 자격요건이 갖춰져야 통과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미타불 염불은 믿고 부르기만 하면 통과할 수 있는 문이 있는데, 단 하나의 문이며 그 문을 지나면 누구나 나아갈 수 있는 길로 이어진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으니, 모두가 들어설 수 있지만, 들어선 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길 가는 자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들 수 있고 갈 수 있는 길이지만 그가 어떠한가에 따라 성취에 이르는 시간과 양상이 달라진다. 


상중하의 근기를 지닌 염불수행자는 어떤 길을 가든 그 근기에 합당한 힘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배가 바다를 건너 가는데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 도와주지만 각 배마다 가지고 있는 힘이 다른 것과 같다. 근기와 상관없는 기도라고 해도 근기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꾸준히 믿고 부를 수 있는 그 힘, 그것을 근기라고 하면 이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