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꿈은 내면이 말해주는 것(홍익학당에 대한 꿈?)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8. 7. 14:11

깨어 있음도 잠자고 있음도 현생에서 내가 보내는 시간이니, 소중하다. 깨어 있을 때에는 의식이 이것 저것을 가리니, 무방비의 잠자는 내가 더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래서 자는 동안 일어나는 꿈의 현상에 집착하지는 않되, 꿈을 활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때로는 내 숨겨진 모습을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만나는 대상과 상황, 그 이면의 진실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때로는 격려하기도 때로는 경책하기도 한다. 배움과 수행이 깨어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내가 어떠한지는 꿈을 통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으니 자는 것도 생활이며 수행의 연장이다.


요즘은 더운 날씨로 독경도 염불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더울 때에는 '이 더위로 인해 너무 힘들다'면서 '날이 시원하기만 하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제와 그저께 날씨가 선선할 때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내 의지를 알만도 하다. 너무 멀리 떠나기 전에 다시 정신을 차리리라 다짐해보지만, 생각과 말이 무슨 소용이랴. 그저 행할 수 있다면 그게 난 사람이고 법계가 믿을 사람인거지.


돌이켜보니 다른 때에 비해 컴퓨터 인터넷을 많이 접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봤고 홍익학당 강의도 많이 들었고 블로그에 글도 많이 올렸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내 생각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다양한 생각의 여지를 준다면 그 또한 법을 나누는 것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지금도 블로그에 글을 적고 있지만, 그래도 좀 위험하기는 하다. 내면에 집중하기보다 외부의 반응에 신경쓰면서 본래의 뜻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 무엇을 위함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목적지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한다.


요즘 나는 블로그 조회수를 확인한다(그러지 말자 하면서 손이 방문조회수를 클릭한다). 글을 쓰니 누군가 읽어주면 좋겠지만, 반응을 살피는 마음이 웃기기도 하다.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유익이라도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기쁘겠지만, 이 마음이 본래의 뜻과 길을 벗어나면 글 또한 생명없는 글, 힘이 없는 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블로그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장악하여 언제라도 가볍게 떠날 수 있기를. 본심이 변하지 않기를. 더 좋은 곳으로 이어지기를.


어제 저녁에 염불을 하다가 밥을 먹고 애니메이션을 봤다. 생각해보니 며칠 유튜브 홍익학당 강의를 시청하지 않았다. 볼까 했는데 이상하게 별로 땡기지 않았다. 잠을 잤다. 너무 시원한 바람이 불어 그냥 자는 것이 조금은 신경쓰였지만(날씨 탓을 하며 게으름을 부렸기에), 자고 쉴 때도 용감하게.


꿈을 꿨다.

약간은 군대의 조직을 닮은 그런 단체에 참가했다. 많은 사람들과 그 단체가 운영하는 숙박시설로 갔다. 겉으로는 커다란 창고같은 그 안에는 이층침대들이 있었다. 그 단체에 이 시설을 내어준 이가 있었다(위탁이나 뭐 그런 개념으로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튼 원래 이 사람이 하던 것이다). 권력자같았는데 그 창고로 들어와서 기존의 시설과 변경된 상황들을 확인했다. 내가 보기에도 변경되어 좋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시설이 좀 허름해 보였다. 원래 출입문이 있었던 곳은 벽이 되었고 바닥에는 얇은 베니어 판이 얼기설기 놓여 있는데 바닥의 철재 구조물 위에 판을 놓은 것이라 보기에도 위험해보였다. 잘못 디디거나 무거운 사람이 디디면 베니어 판이 쪼개지거나 부서지며 밑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 원래 관리했던 권력자와 내가 안면이 있는 그런 상황이었는지 아마도 그 사람이 나를 좀 더 나은 시설에 묵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자연스럽게 했다.

식사시간인지 밥을 먹고 있었다. 국에 밥을 말았는지 김치국에 말은 밥같은 그것을 반도 못먹은 거 같은데 별로 맛이 없었다.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배부르지도 않았지만, 잔반통에 나머지 밥을 버렸다. 잔반통은 이미 가득차 있었다.

단체는 통제하는 인원들이 있었고 규모가 꽤 컸으며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이기도 했지만, 밝지 않았고 낡았다.

버스를 타고 그 곳을 벗어났다. 버스 안에서 웃기는 일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검문소 앞까지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니, 좋은 꿈은 아니었다. 그 곳은 어디를 말함인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많다. 평등하지 않은 마음, 집착, 미움, 게으름 등등. 그래도 이 상황에 비추면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학당이 떠올랐다. 미리 말하지만 이 상징을 내가 잘못 해석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내 법계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환희심을 갖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찜찜함을 느꼈었다.


꿈은 원래의 관리자에게 위탁을 받아 운영하지만, 그 운영이 만족스럽지 않은 단체에 대한 것이다. 이미 말했듯 규모가 크다. 많은 이들이 그 안에서 잠을 자기도 밥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시설은 바닥이 견고하지 않아 위험하다. 원래 운영자가 맡긴 시설을 고쳤지만, 문이 없어졌고 허름하다. 밥을 먹이지만 맛이 없어서 다 먹고 싶지 않다. 물론 이럭 저럭 운영이 되고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고 있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은 아니다.


내 법계에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정말 그런 것인지가 중요하다. 내 느낌, 내 알음알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았을 때 정말 그런 것인지가 중요하다. 착각에서, 망상에서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고 가고자 하는 곳을 명확히 알아 그 간격을 좁혀가는 것, 그것이 수행이다. 꿈이 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차릴 때, 이런 의미가 아닌 "허름한 집에 사는 이여, 맛없이 밥을 먹는 이여, 너나 잘해."일 수도 있다. 그러니 마음편히 남의 일 보듯 할 수 없다. 또 인연있어 이 세상을 함께 하고 부처님 법을 함께 나누는 것 아닌가? 그러니 멀리 떨어져서 남의 일 보듯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씀이 해야 할 일의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