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내 말이 문제가 되는 이유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7. 9. 11:05

카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을 건네는 가족이 있다. 그의 조언은 늘 합리적이었다. 그런 그가 카페에서 일어난 일의 과정에 대해 듣고 한 말은 '네가 유명한 큰 스님이 아니기 때문에 너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거야. 세상에 이상한 사람도 많은데 글 올리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였다. 내가 유명한 큰 스님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은 대체로 맞을 것 같다. 이건 내가 큰 스님같은 경지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그 마음이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같은 말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이의 말을 듣듯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문제는 나에게 있는가. 글을 읽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있는가. 너무 자명한 일이라 더 쓸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지만 내 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나의 말에 원인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마음에도 있다.


며칠 전에 법륜 스님의 묻고 답하는 글을 하나 읽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그것을 읽으면서 참 그 답변이 타당하다 생각했고 그 지혜에 탄복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수행하면 저렇게 시의적절한 답이 떠오르는게 숨쉬듯 자연스런 일이겠구나 생각했었다. 그리고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며칠 전에 문득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와서 불자의 질문을 읽고 나름 내 마음에 떠오르는 답을 생각했다. 이어서 스님의 답변을 읽었는데 내 생각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었다. 기뻤다. 예전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그런 생각들이 사유함에 떠올랐다. 왜 기뻤는가 하면 수행 오래한 스님의 생각자리에 나도 조금 닿았다는 생각들어 기뻤다. 수행으로 나아가는 자리가 결국은 통하는 것이 있나 보다 싶어 기뻤다. 나에게 글 적는 이들이 염불하는 모스님을 많이 거론한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 스님이 하는 말을 철썩같이 믿는 그 마음, 선지식을 공경하고 따르는 마음이야 좋지만 나에게 보이는 그 언행으로 미뤄보건대 그 마음이 곧 독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 같다. 공경하는 마음이 눈을 가리는 집착이 된다면 한번 깨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님이 만약 당신을 신봉하고 내세우면서 다른 불자를 폄훼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잘한 일이라고 할까? 글쎄다. 안타까워 하고 슬퍼하고 걱정 가득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