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꿈이 가르쳐주다.
오랜만에 꿈꾸다가 깨어났다. 한 일주일 넘게 꿈을 꿔도 머리에 그다지 남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런가보다 하며 지냈다.
오늘은 꿈이야기다.
언니와 지하철을 타는데 개찰구에서 보니 뭔가 짐을 보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직접 표를 끊어 처리하는 방법과 직원을 통해 처리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직원을 통해 서류작성하는 것을 택했다. 서류를 쓰다가 주소를 잘못 기입해서 수정하는 등 두어 번 정도 잘못 기입한 것을 수정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상하게 실수를 자꾸 하게 되었다. 표를 받아 부랴 부랴 개찰구를 지나 지하철을 타려는데 차문이 닫히고 떠나버렸다. 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벤치에 앉으려 했고 나는 이것을 직원에게 말하고 오겠다면서 다시 개찰구 매표소로 갔다. 화가 엄청 나는 것이 아니었고 이럴 필요가 있는가를 생각하는 내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있었다. 미묘한 상황이었다. 담당 여직원에게 서류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확인해서 승객이 문제없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어느덧 그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에 있었다. 관리자와 네 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었는데 내가 따져묻자 관리자는 여직원이 자기가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인듯 나에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화가 나기도 했는데 그 화의 감정은 미묘했다. 적절한 응대없이 약간 빈정거리는 듯한 분위기가 지속되었고 급기야 나는 당신같은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서라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꿈을 깼다. 울다가 깬지라 감정의 흐름이 그대로였다. 꿈 속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상황을 겪으리라 선언했다. 관리자의 너 멋대로 해봐라. 우리는 관심없다는 그 웃음띤 얼굴이 떠올랐다. 속이 상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고 당신들도 한번 당해봐라 그런 심정이 됐다. 한번이 아니라 깨달을 때까지 겪고 겪다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으면 나에게 머리숙여 사죄하리라 그런 관을 했다. 인과의 흐름마저 무시하고 억지를 써가며 여러번 겪으리라 했으니 마음은 이미 화로 물들어 있었다. 왜 여러번 겪으라고 했는지 아는가? 같은 상황을 겪었음에도 아무일 없는듯이 지나가는 것을, 나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고 인정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의 심정이 그러했다. 그런 마음이었다. 웃기지 않은가. 한심하지 않은가. 그런 어리석은 분노의 흐름을 따라 꼭두각시처럼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노가 나와 달리 있었지만, 점점 하나가 되어 갔고 그 안으로 내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지배되는 것 같았다.
인과를 가져다 쓰고 결국 다른 사람들이 바르게 깨닫게 되리라는 원과 바램을 내세우며 선한 결말을 원하는 듯이 행세했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오래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말하자면 너 자신을 알라고 법계가 일으킨, 무의식이 일으킨, 불성이 보여주는 나의 적나라한 모습을 알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반성의 시간이 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제 나는 지적의 최고지점을 말하며 비구니 스님의 언행이 아쉬웠다고 적었다. 사유의 결과 다다른 바였으니까 아무 거리낌없이 그렇게 적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깨달음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착각이면 또 알게끔 이끌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 생각에는 이렇다. 당시 나의 마음씀과 상태, 내가 잘못이다. 따지고 보면 직원에게 그렇게 화낼 상황이 아니었다. 기분좋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인데 하지 않아도 될 말, 내지 않아도 될 화를 자리없는 곳에 손님 데려오듯 일부러 만들어가면서 분노따라 움직였던 내가 꿈에 있었다.
법계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너인데, 너 안에 숨어있는 너인데 왜 비구니 스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이것이 더 낫다, 이것은 잘못이라는 둥 평가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이해를 법계는 나에게 요구하는 것 같다. 너도 그와 다르지 않음을 알라고, 또 그것을 알아차리고 스스로의 모습을 좋게 변화시키는데 힘을 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꿈 속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나를 가르치기 위해 나툰 불보살, 선한 존재가 된다. 이제 겨우 알아차렸냐고 미소를 띠며 내가 합장함에 그들이 합장하는 관을 한다.
꿈에 몰입된 상황이 조금 낯설 수 있겠지만, 이미 말했듯 잠자는 시간 또한 나의 시간이며 꿈은 무의식을 보여주니 그런 배경을 갖고 수행의 친구로 삼을 뿐이다. 오늘 꿈을 통해 나를 만났고 또 한차례 배움이 있으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