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을 일으키다
개인적 교류자와 일이 있고 나서(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글쎄) 어머니와 일이 있었고 하루를 소모했다.
법화경 1독이 남았다. 어제는 그런 기분으로 경전을 읽는 것이 오물을 몸에 잔뜩 묻히고 깨끗함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져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아직 12월은 며칠 남았으니 하며 나름 여유를 부리는 마음이기도 했다. 사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방은 지저분하고 음식물을 먹은 그릇도 그대로 옆에 두었고 씻었지만 하루를 무료하게 뒹근 몸은 더러웠고 모든 것이 더러워졌다. 목요일은 읽을까를 생각했지만 금요일 시설 아르바이트나 갔나 와서 읽자 했다. 사실 아르바이트도 이런 마음이라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청정한 마음, 바른 마음에서 힘을 얻는 것이지 나라고 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음을 알고 있으니 청정함과 바른 것에서 비껴서 있는 지금 나는 어리석은 중생일 뿐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잠을 자리라 생각했다. 자고 깨고 하다 보면 그렇게 하루가 가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꿈을 꾸고 나니 더 이상 누워있기 어려워졌다. 무의식, 불성, 법계가 보여주는 내 상황에 마음이 이르니 더 이상 게으르게 퍼져있는 것이 너무 어리석고 두려운(?) 그런 일이 되고 말았다. 꿈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옷이 많았는데 입고 보니 그 많던 옷이 사라졌다. 의미는 굳이 생각하지 않으련다. 사람들과 큰 행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갔는데 다들 짝을 맞춰 행사를 위한 율동을 연습중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업고 하는 것이라 무거워서 안되겠다 하면서 그 곳에 그냥 있었다. 나처럼 뒤늦게 들어가서 자리를 못잡은 몇 사람은 행사 주관하는 이에게 들켜 난감한 상황이 될까 숨기도 했는데 잠깐 몸을 숨길까 하다가 그냥 있었다. 행사 주관자가 오더니 미소지으며 바라봤다. 별로 난감한 상황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습이 끝났는지 사람들과 카페같은 곳에 앉아있는데 어떤 사람이 행사에 쓰는 것인지 옷을 맞추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길 당신은 몸집이 크니 목에 주름을 잡지 않고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무엇이 더 나은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그에게 주름없이 잘 만들어달라고 재차 부탁을 했다. 사람들과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길을 건너다가 무리를 놓쳤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있는 사람들, 한 사람만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그 사람이 버스 몇 번을 타겠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리를 들었다. 혼자 다른 길로 들어선 사람을 따라 길을 건너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신호대기하면서 무리 중에 있던 친한 언니에게 전화해서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 전화번호 검색을 하는데 검색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서 지인들과 멀리 떨어졌나보다 불안해하면서 전화번호를 애타게 검색하다가 꿈에서 깼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음을 돌이키지 않으면 이렇게 어려워지겠구나. 찾을 바를 찾을 수 없구나. 여전히 불보살님은 법계는 자비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내가 그 소리에 부응하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것이구나. 모두에게 평등하고 모두에게 자비로운 법계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의 결정에 따라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니 무엇을 따를까. 예전에 꿈을 꾸길 방안에 널부러져 오욕락에 빠져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방에서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 안에서 나의 불성은 불성의 일을 하는구나. 내가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 탐진치를 따르든 불성의 자비와 지혜를 따르든 그것은 나에게 달렸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다면 어느 것을 따르는 것이 유익한가를 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돌아가는 길이 되었고 어쩌면 여전히 내 안에 숨어있는 탐진치의 습을 털어내는 과정이 된 시간을 보내고 이제 몸을 일으켜 다시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