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맞는 말 아닐까?
사찰 행사가 끝나고 여러 사람이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인연에 대해 말했다.
절에 행사가 있어도 인연이 안닿으면 참석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괜찮다가도 행사때가 되면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한다고.
그래서 정말 그렇냐고, 신기하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는데 예의 "영이 맑은" 그 분이 정색을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느냐. 다 바뀌는 거라고 스님이 말씀하셨다고 쏘아붙이듯 이야기하는 거다.
아마도 일이 정해진 듯이 말하니, 정해진 것이 아니라 기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이말도 맞고 저말도 맞다고 하고, 인연 운운한 분이 스님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서 완벽하지 않음을 표현하니 영 맑은 이가 머리 아프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버렸다.
생각해보면 부처님 법은 정해진 것을 바꾸는 거라고 말한 이는 나였는데, 어떤 스님이 그 사이에 그런 말씀을 하셨나 싶었다.
가끔 재미로 점을 본다는 얘기에 바꾸는 법이 부처님 법인데, 점을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었다.
사실 서로 어긋나는듯이 보이지만, 두 사람의 말이 다 맞지 않는가?
인연따라 만나고 헤어지고 법을 들으니 오늘이 인연을 바탕으로 있다 할 것이다.
인연을 부정할 수 없다.
또 인연따라 움직이나, 인연을 뛰어넘는 법을 불법에서 만나니 다 바뀐다고 말하는 것 또한 맞는 것 아닌가.
정해진 대로 살거라면 무엇하러 수행하는가.
정해진 것을 넘어서기 위해 수행하는 것 아닌가.
영 맑은 그분은 이제 배우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진리의 외적인 대치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린 듯 하다.
그 아이같은 작은 청정이 작은 바람에 크게 흐려졌나 보다.
언제 시간이 나면 다 맞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전에는 내말에 귀를 기울이며 감탄하더니 어제는 휙 토라져서 오늘까지 냉랭하다.
예전에는 이런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반응이 당황스럽기도 가끔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저 웃음이 난다.
조금은 깊고 넓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