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답글 적는 대신 댓글을 지웠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24. 7. 10. 13:50

요즘은 글을 잘 안 쓴다. 글이라는 것이 하고 싶은 말들이 터져 나올 때 써야 글다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오늘은 댓글 하나를 지운 김에 가볍게 끄적여보려 한다.

 

나는 좀 비판적인, 분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도 같다. 그래서 타인이 쓴 글을 보면서 '왜?'라는, 약간은 삐딱한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이 올라올 때는 글의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부분과 충돌하거나 글에서 느껴지는 의도가 내 기준에서 불순할 때이기는 하다.

 

물론 내가 다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지 맛을 본 정도이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그래서 앎과 모름의 경계에서 애쓰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굳이 하나를 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타인의 의견에 대해서 쉽게 감나라 대추나라 하지 않는다. 다 아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오늘 문득 블로그에 접속하니 '불보살은 먼 존재인가'라는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려 있었다. 아이디로 봐서는 법화경 수행자 같은데 '여래수량품을 읽어보라'는 말로 시작되는 댓글에 좀 어리둥절해졌다. 댓글 자체는 맞는 말인데 내 글의 맥락과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라서 말이다.

 

과거 일부 공왕불 수행자들과 논란을 겪은 덕에 법화경을 가지고 말 걸어오는 이들, 특히 '너는 잘못되었으니 내 말을 들어봐'라고 하는 이들의 댓글은 나에게 발작버튼이 되었었다. 지금은 많이 벗어났는데 아직 벗어나지 못한 분별심이 작동하므로 '당신의 말은 맞지만 내 글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답글을 적다가 댓글을 삭제해 버렸다.

 

나는 희망한다. 타인의 글을 읽고 평가하듯 댓글을 적고 싶다면 적어도 자신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상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내용으로 글을 적었는가 파악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그 정도의 노력을 하기 어렵다면 그저 읽고 지나는 것이 서로 좋지 않을까 싶다. 

 

나는 희망한다. 법화경으로 수행하는 이들은 법화경을 가지고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상대가 불편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한다. 그게 어렵다면 세세한 입장을 전하지 말고 단지 '나무묘법연화경' 하면 좋겠다.

 

나무묘법연화경 ()()()

 

불보살은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