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적고 싶지 않으나 늘 드는 생각.
가끔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적는다. 여러 사람의 글을 읽었고 그 때마다 함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밝힐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오랜 시간을 들여 글을 적기도 했다. 대부분 그랬다. 지나고 보면 나라는 한 사람이 적어가는 글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글 적는 모양새가 달라짐(?)을 느낀다.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글을 읽으면 마음이 일어나고 생각이 드는 지점이 생긴다. 자연스런 공기의 흐름, 물의 흐름처럼 마음이 움직이는데 그 부분에 대하여 적고 있다. 늘 똑같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략 그런 모습이다. 지금 적는 글도 댓글로 적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흐르는 마음에 가깝다.
읽고 글을 적게 되는 여러 글들 중 어떤 분의 수행, 글 올림에 대한 개인적 느낌을 한번쯤은 적고 싶었다. 사실 댓글을 적으면서 이미 조금씩은 표현했던 부분이라 새롭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정리하여 적고 싶었다. 처음에 그의 글을 읽었을 때에는 함께 수행을 해가는 입장에서 고민하고 의견을 적어 나눴다. 스치듯 지나가는 인터넷의 특성을 생각하면 제법 오랜 인연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점차 적고 싶지 않은 마음이 되었다. 어느 순간이 지나서는 거의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왜일까?
이미 많은 이들이 답을 주었고 그 답을 스스로도 말하고 있었지만 같은 문제에 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즐긴다고 할지, 푹 빠져있다고 할지 어떻게 표현하는게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올리는 글은 산만했고 불안정했다. 무슨 글인가 궁금하여 읽을 때마다 이렇게 글을 올리고 밖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에 자신이 닿은 답을 가지고 좀 더 안으로 진득하게 수행을 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리를 보탠다 한들 무슨 유익이 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 같다. 자신이 만들어낸 견고한 상에 들어앉아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해간다고 느껴졌는데, 그것을 습이라 할지, 무명이라 할지, 근기라 할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기도를 하다가 죽을 수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고 스님들과의 인연을 자주 언급했고 가족과의 악연을 강하게 언급했다. 매우 중요한 일일 수 있지만 불자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뜻을 세우고 어떤 것을 해나가는가이지, 과거의 내가 어떠해서 지금의 내 상황이 이러한가에 대한 자기인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과거와 현재의 인연을 알면 좋겠지만, 모르면 어떠한가. 현재의 모습으로 과거를 가늠할 수 있고 현재 쌓아가는 업을 면밀히 살피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아마도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처지를 두고 마음 매여 돌아가는 새로운 놀이에 빠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님과의 독특한 인연이나 상황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하듯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간다는 인연은 왜 그런지 모르지만 밝고 편하고 청정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집착을 벗어나 자유로워야 하고 밝아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지고 만들어가는 인연이어야 오래도록 밝을 것이다. 자신을 구박하는 보살을 친절한 보살로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좋은 일일텐데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시각이 그러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 다짐에서는 욕심이 느껴진다. 왜 보살이 자신을 구박하면 안되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불자라면 기분 나쁜 마음에 들더라도 다시 마음 돌이켜 내 할 도리 다하는 것으로 끝을 내면 된다. 그 이후 보살이 친절하든 구박하든 그것은 그의 일이며 그의 업이다. 심하게 말해 그에게는 구박할 자유가 있다. 구박하여 받게 될 과보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면 나 좀 친절히 대했으면 좋겠다는 인간적인 바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목숨걸고 기도한다는 이야기를 이리 저리 표현할 정도의 마음이라면 좀 더 부처님이 전하는 자비와 지혜에 가까운 마음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매우 차가운 글같다. 이런 것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듣기 좋은 것은 아니니. 그래도 나로서는 늘 이것이 보였고 이런 부분을 알아야 그의 수행이 한단계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들었다. 그래서 적어봤다. 뭐, 나도 잘하는 것 아니고 나도 제대로 아는 것 아니니 인연따라 쓱 읽고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참고하는 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