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뒤집히는 마음이 섭섭하지 않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22. 14:54
마주하여 친절한 미소를 보내고 좋은 말을 해주던 사람이 오늘 다른 입장을 보인다면 기분이 어떨까.
친구라고 여겼던 이가 나 없는 곳에서 내 믿음을 저버리는 언행을 해왔음을 안다면 기분이 어떨까.
요즘은 가끔 이런 상황들에 대한 생각을 한다.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살짝 비슷하게 생각할 상황들이 몇차례 있었다.)
과거의 나라면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럴수가 있는가를 따지며 실망과 분노로 마음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서 삐딱한 시각, 의문 가득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왜 그런지 궁금하기는 한데 크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고 움직일 것 같지 않다.
각자 자신의 욕망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 아니겠는가.
불자라고 칭하는 우리들도 여전히 많은 순간 욕망따라 움직이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끔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차를 마시다가 잠깐 상상한다.
이렇게 웃으며 다정하게 이야기했는데 뒤에서 나를 헐뜯고 욕한다면 내 마음은 어떨지.
오랜 고민없이 답이 나온다. 그럴 수 있지. 인간이 그러하니까.
부처님을 법을 배우면서 어느순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뒤집히는 마음이 크게 섭섭하지 않아졌다.
이것은 포기, 낙담이 아니다. 그냥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일종의 알아차림이며 수용이다. 깨고 싶지 않은 평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