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그 사람이 녹아있다.
예전에 어떤 글에서 수행 잘된 이는 손짓, 발짓도 다르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수행 많이 한 분의 이야기라고 했다. 법화경에 보면 육근의 청정이라는 글이 나온다. 그런 말들이 다 진실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물론 착각일 수도, 너무 나간 것일 수도, 누구나 다 그러하기에 극히 평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느껴진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겸손한 듯 적지만 자신을 주장하고 자랑하면서 남을 비방하는 사람, 수행하지만 아직 혼란한 사람, 부처를 말하지만 부분적인 자비를 가진 사람. 그 사람이 어떠한지가 여실히 느껴진다. 예전에도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즘 그렇다.
목소리, 말을 들으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말하는 그대로인지, 가리고 꾸미는 것이 있는지 그 사람의 품성이 여실히 느껴진다. 사람이 느껴진다. 그냥 목소리가 좋고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
낯빛을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검은 얼굴도 있고 빛나는 얼굴도 있다. 표정이 한 몫 하겠지만 어쨌든 강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모든 것에 그 사람이 녹아있는 것 같다. 예전에도 분위기, 기류를 느끼는 감이 있는 것 같다고 혼자 생각했었지만, 부처님 법으로 수행하는 요즘은 대상이 확대되고 더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가릴 수 없이 드러나고 전해지는 그것들을 예전에는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어떻게 드러날까? 스스로 느끼기에 법화경 독경 이제 3년, 염불 1년인데 목소리가 많이 깨끗해졌다. 표정이나 낯빛이 좋아졌다. 몇년 만에 만난 지인이 사람마다 향취가 있는데 나에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향수도 안뿌리고 바디클렌저의 향기는 금새 사라졌고 한여름에 땀흘린 뒤 만났는데 그런 말을 하니 신기했다. 그 친구의 말인 즉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향기기 난다고 했다. 가끔 스스로에게 악취가 나는 듯 느껴질 때가 있어서 그 말이 듣기는 좋았지만 맞는지는 모르겠다.
당신의 모든 것에 녹아있는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추가) 쓰고 한참 뒤에 다시 읽어보니 나 이래요, 하는 것 같아 살짝 웃기려고 한다. 살짝 재수 없으려나. 하하. 그래도 그냥 두려고 한다. 이 시기의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었음을 말할 뿐이니. 예전에 육근의 청정이란 글에서 적었듯 청정함이 본연의 모습일 것이기에 이런 생각과 느낌에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고 씁쓸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청정함을 벗어나 있었으니 사소한 청정도 귀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나온 글일뿐 나 이래요의 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