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9. 3. 09:46

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시기이다.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했다. 염불을 하면서 내가 처해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나갔다. 정리되는 부분이 있었다.

아침에 가볍게 걸으면서 부처님을 만나는 것은 늘 유익하다.


어제는 내가 인연맺고 있는 사찰의 일요법회였다. 주지스님이 법문을 하는 날인데 가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스님의 법문이 내 마음에는 힘있게 와닿지 않았다. 마음은 냉해지고 아무런 기쁨이 없었으며 법문을 위해 법회를 참석한다는 것이 스스로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몇몇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그저 들어주는 이도 있고 스님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좋은 것이 아님을 걱정스럽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 걱정과 조금은 경계하는 말과 마음이 한편으로는 이해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수용하는 것이 최선일까에 대한 의문은 수시로 올라왔다. 내가 하는 이 생각과 마음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끝도 없이 펼쳐졌다.


그런데 오늘 산책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런 비유가 떠올랐다.

밥집을 갔는데, 그 밥이 맛이 없어서 가지 않는다면 손님의 허물일까? 요리사(주인)의 허물일까?

내가 처한 현실에 빗대어 살을 더 붙여보았다.

어떤 사람이 있는데, 사람들이 돈을 모아 음식점을 차려주었다. 그 사람은 재능기부를 하는 이로, 거기서 음식을 만들어 배고픈 이들에게 나누어주는데, 물론 그 음식점은 차를 마시면서 쉴 수도 있고 주변의 좋은 곳을 알려주는 안내지도를 팔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음식점이 많았는데, 어떤 손님이 그 중 한 음식점 주인과 인연이 있어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먹어보니 음식 맛이 별로였다. 처음이라 그러겠지,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일년을 다녔는데 일년이 지나도 음식맛이 여전히 별로였고 몸에 좋은 것 같지도 않은 것이다. 다른 서비시도 있지만, 그곳에서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그런 상태에서 음식점을 떠난다면 과연 그 허물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물론 재능을 기부하겠다는 그 뜻은 존중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이므로. 하지만 그 뜻이 참으로 존중받으려면 참으로 재능이 기부되어야 하지 않을까?


음식은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맛도 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 맛은 떨어지지만 몸에는 좋은 음식, 맛은 있지만 몸에 유익이 없는 음식, 맛도 없고 몸에 유익도 없는 음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스님의 설법은 이런 음식과 같아서 오로지 중생의 유익을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실로 가르치는 것에 온 힘을 다한다면 듣기에 즐겁든 아니든 중생의 삶에 참으로 유익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듣기에 매끄럽지 않더라도 그 안에 중생을 향하는 자비가 살아있다면 그 법문은 살아서 중생의 삶을 밝은 곳으로 이끌 것이다. 또 그 가르침을 다양한 방법으로 듣기 좋게 설한다면(방편바라밀이 뛰어나다면) 중생의 귀에 즐거움과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나는 요리가 향상될 시간을 참아내지 못하는, 다소 인욕이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주인에게서 음식을 잘해서 먹이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느껴지지 않을 때, 더 이상 참는 것이 어떤 유익함으로 다가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사무칠 때, 음식점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떠나서는 주인이 음식을 제대로 해내기를 기원할 것이고, 그가 몸에도 좋고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곳으로 돌아가서 찬탄하며 그 음식을 기쁜 마음으로 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