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법화경)묘법연화만 설하였을 뿐

향광장엄주주모니 2023. 2. 3. 10:15

법화경에 사갈라용왕의 딸이 나오는 부분을 조금 적어보려 합니다.

 

그때 지적 보살이 다음 게송으로 찬탄하며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물었다.

 

어질고 지혜로운 현인이시여

무슨 힘으로 이제

저 무수한 중생을 교화셨나이까

인중천이시여 제가 묻노니 말씀하소서

불도(佛道)를 보이시려 

무슨 법과 무슨 경을 설하였기에

저들 모두가 도심(道心)을 내게 되었으며

또 저들이 얕은 여울에 이르자마자

결정코 일체지에 견고케 되었나이까

 

문수사리가 답하였다. 저는 바다 한복판에서 오직 묘법연화만 설하였을 뿐 다른 경은 설한 적이 없나이다. 지적이 말하였다. 이 경은 심히 깊고 미묘하여 뜻을 알기 어려운 까닭에 어떠한 경도 이에 미치지 못하거늘 혹시 이 보배 같은 경을 이해하거나 무상정등각에 이를 만한 어떤 중생이라도 있나이까. 문수사리가 답하였다. 선남자여 사갈라 용왕의 딸이 있으니 나이가 여덟 살이나 아주 지혜롭고 근기는 날카로워 몸으로 또 말로 또 마음으로 행함에 분별력을 타고났고 여래들의 말씀과 그 참뜻을 다 받아 지녔으며...

 


 

1. 문수사리가 불도를 보이려 설한 것은 법화경입니다. 그 법화경의 설법을 통해 교화받은 중생은 도심을 내게 됩니다. 법화경의 목적이 어디에 있을까요? 다른 것이 아닌 불도에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법화경을 통해 우리가 이르러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사는 것이 힘들어서 법화경을 만났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삶의 장애 해소, 삶의 안정이 법화경의 주된 의미인 듯이 말한다면 위에서처럼 이 경전을 설하신 부처님들의 뜻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장애가 해소되고 안정화되는 것은 과정입니다. 그것에 매여 법화경과 관련된 수행을 지속할 뿐이라면 모든 중생이 부처되기를 원하시는 부처님들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하시지 않을까요?

 

2.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것이 그분들의 자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보배 같은 경전은 심히 깊고 미묘하여 뜻을 알기 어렵습니다. 사갈라 용왕의 딸에 대해 표현된 바들을 종합하면 그분은 이미 많은 공덕을 갖춘 지혜로운 분입니다. 아마도 과거에 쌓은 것들이 많은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은 법화경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부처님의 힘에 기대어 들어갈 수 있다고 이미 석가모니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힘으로가 아니라 부처님의 힘에 기대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신실한 믿음이 바탕되어야 합니다. 같은 경전을 읽는다고 해도 같은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각자의 근기, 선근공덕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는 거짓된 사상과 신념을 얼마나 내려놓는가,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법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가의 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제가 법화경에서 배우고 깨달은 지점에 대한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실한 수행을 통해 잘못되었다고 알아지는 것이 있다면 저는 아쉬움 없이 지금껏 쌓인 바, 바른 것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처님의 가르침, 진리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말은 쉽게 해도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고 이것은 법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갖춰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공부하면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판단하고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고 두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화경에 나왔듯이 그 사람이 진짜 어떤 것인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고 나면서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지.'

 

법을 말하자면 지금 내 근기에서 허락된 정도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준에서도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대해서 때에 따라 내 생각을 적는 것뿐이고 이것이 딱딱하게 굳을 수 있는 누군가의 생각에 움직여볼 여지를 준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우리는 모두 결국에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보살이 다 같지만 그 속에서 다양하듯, 부처도 다 같지만 그 속에서 다양합니다. 생각, 다짐하나로 이제 보살에 오른 자와 곧 부처될 보살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즉신성불,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부처님이 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