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여래신력품) 여래가 멸도한 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래신력품에서 부처님은 대지의 틈에서 솟아 나온 보살들이 "세존이시여 저희가 이 법문(법화법문)을 지니고 읽고 가르치고 펴고 쓰겠나이다"라고 하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장하고 장하도다 상행이여. 그대는 반드시 그리해야 할지니 여래가 지금까지 그대들을 성숙케 함은 바로 이 법문을 위해서였느니라."
보살들이 오랜 시간 수행하여 성숙하게 되었는데 그 목적이 법화법문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오랜 시간 부처님의 법으로 수행해 온 보살들이 해야 할 일은 결국 법화법문을 펼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법화법문은 이렇게 홍포됩니다. 펼치는 이는 어느 날 문득 홍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위해서 성숙함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어진 구절에서 법화법문에 대하여 또 이렇게 설명됩니다. "나는 이 법문에서 부처님들의 일체 불법과 일체 신력과 일체 비밀과 일체 심원한 경지를 간명히 보였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여래가 멸도한 후에 마땅히 이 법문을 공경하여 지니고 읽고 쓰고 외우고 널리 알리고 소중히 간직하고 공양할지니라."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법화경 안에 부처님의 온갖 일들이 담겨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가르침으로 보살들이 무상정득각에 이르게 된다고 말씀하시죠.) 성숙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여래가 멸도한 후에 이 법화 법문을 공경하여 지니고 읽고 쓰고 외우고 널리 알리고 소중히 간직하고 공양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것입니다.
또 이어서 이렇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선남자들이여 세상 어디서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이 법문을 알게 하여 읽고 쓰고 곰곰히 생각하고 설하고 외우고 경전으로 엮도록 할지며..." 이렇게 홍포된 법문을 맞이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명확합니다. 이 법문을 알았다면 읽어야 합니다. 써야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야 합니다. 설해야 합니다. 외워야 합니다. 경전으로 엮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법화법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지혜는 여래에게 배워야 한다고 하셨으니 그 말씀에 의지하여 뜻한 대로의 배움 속으로 들어가기를 간청해야 합니다. 내가 정한 틀을 다 내려놓고 다만 법이 흐르는 대로 가겠노라는 다짐을 해야 합니다. 그 첫출발은 경을 그저 경대로 받아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독경을 해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습니다. 인간사로 보자면 집중력의 부족이라고 말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독경의 과정 중에 근기가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질만한 때가 아니라 놓쳐진 것이 적당한 때를 맞이하여 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경을 경대로 받아 지니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잘 읽어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읽어진 법화경에서 저는 오종의 수행이 반복되어 당부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여래가 멸도한 이후 보살들에게 이루어진 당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것에서 시작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법화경과 함께 나아가는 길에 삿된 내 머리가 아닌 부처님의 인도하심이 늘 생생하게 이어지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