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은 먼 존재인가
수행이 깊다고 생각한 어떤 스님의 말에 저는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기도하는 분인데 '불보살은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자면 대통령 같은 분이니 그분을 만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또 그분들은 우리가 잘 살든 못 살든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스님이 말하는 불보살은 시비를 떠난 자리, 좋고 싫음을 떠난 자리, 다시 말해서 근원 불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위 같은 이유들로 우리가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불보살보다는 산신처럼 우리에게 가까운 존재들에게 기도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합니다. 글쎄요. 그 말에 일리가 있지만 저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살든 못 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 자리에서 왜 부처는 세상에 출현했을까요? 부처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은 자비로 인함이라고 이해합니다. 저는 그 자비를 믿습니다. 또 불보살을 찾으라는 경전의 가르침을 믿습니다.
어느 불보살이 자신을 신실하게 찾는 불자를 외면할까요? 만약 불보살이 너무 먼 존재라 불자가 포기해야 한다면 모든 경전은 다시 작성되어야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처님은 진실하지 않은 분이 될 것입니다.
스님은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했는데 위압감에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예전에 제가 꾼 꿈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저는 법화경을 읽을 때마다 부처님과 경전 앞에 3배를 했습니다. 읽다가 잠시 자리를 이탈한 후 다시 읽을 때에도 3배를 했으니 꽤 많이 절하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하루는 꿈에서 어떤 큰 건물 앞에 섰는데 그 건물의 사장님이 엄청 무서운 분이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의 소문(평판)이 그러했습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어떤 여자분이 서 있었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제가 인사를 하는데 연거푸 3번 하는 겁니다. 사장이라고 이해되긴 했는데 무섭지 않았습니다. 꿈을 깨고 그 존재가 부처님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스님이 불보살을 우리와 먼, 두려운(?) 존재로 인지하는 것이 이 꿈과 오버랩되었습니다. 한 번도 부처님, 보살님을 만나기 어려운,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인지하는 이들도 많나 보다 싶었습니다. 꿈 속 사람들의 평판이 그러했으니까요. 그런데 불자라면서 자비로 일어난 부처님과 부처님을 따르는 보살을 굳이 멀고 두려운 존재로 인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당신에게 불보살은 어떤 존재인가요? 누군가 만약 위 스님처럼 불보살이 너무 먼 존재라고 한다면, 그래서 그분들을 찾고 부르기보다는 다른 가까운 존재를 찾는 것이 낫다고 한다면 자비로 일어나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 또 그에 합하는 보살님들의 뜻과 행을 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