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뜻을 잘 세워야 하는 이유
오늘 아침 문득 생각을 해보니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고 들어서 있는 상황이 평소 발원처럼 마음에 담아내는 뜻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진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발원이 현실로 드러나기까지의 시차가 천차만별이지만, 작은 일들은 알아차릴만큼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적고보니 대단한 듯 적어졌는데, 사실 다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봐도 괜찮은 그런 수준인데 '그러하구나' 라고 마음에 들어온 생각을 나누는 것이 불자로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적어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내가 바라는대로 뜻대로 이루어진 것인데 그 모습 안에 늘 밝고 즐거운 것만이 가득한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과연 왜 그럴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것은 발원 자체가 탐진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행복을 위하는 마음도 밝게 지어지는 원과 탐진치에서 비롯된 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아직 초보불자인지라 이것과 저것이 헷갈리는 경우가 파다하고 이것을 저것이라 착각하지만 아주 가끔은 내 어리석은 욕심(?)에 의해서 발원하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문득 스스로 찜찜함을 느끼고 껄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튼 탐진치에서 비롯된 원이니 그 결과가 괴로움으로 이어지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리 말하든 저리 말하든 내가 지금 괴로움으로 바라보는 삶의 모습이 결국은 내가 불러일으킨 것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불자는 좋은 뜻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그 뜻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세운 뜻이 이루어졌다고 좋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순간 이루어진 것으로 행복해할 수 있지만, 탐진치로 얼룩진 원의 실현은 스스로의 삶을, 또 나와 연결된 다른 이들의 삶을 괴로움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좋은 뜻을 세워야 합니다. 뜻의 이루어짐이 나의 삶을, 그래서 다른 이의 삶을 밝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좋은 뜻을 세우는 날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