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에서 나를 살린 염불의 위력
추석을 맞이하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지 않은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굳이 그런 파괴적이고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이틀을 방에서 지냈다. 선택의 문제인데 나는 좋은 선택을 온전히 하지 않았다.
먹고 게임하고 자고 술 마시고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죽였다. 간간히 주파수 음악을 듣기도 했다. 정말 어둠 속에서 지내고 싶지는 않았던 게지. 좋은 것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아마도 마지노선?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선이 있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동일 선상에서 이어폰으로 바즈라 구루 만트라를 듣던 날은 꿈결에 악몽 같은 느낌, 괴로움으로 만트라를 들을 수 없었다. 이어폰을 빼버렸다. 그것을 들을 수 없는 상태, 그냥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 여러 차례 꿈속에서는 나의 몫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하는 그런 비슷한 상황 속에 있었다.
그러다 오늘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소리를 들었다. 내 머리 속에서 누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아니면 엑소시스트 영화에 나올 듯한 느린 말소리인데 나는 그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일까? 집중하면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궁금해하던 찰나, 내 오른쪽 머릿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 들었던 염불소리였다. 소리는 작게 시작되더니 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유지되었다. 너무 신기했다. 오른쪽 머릿속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들리는 염불소리였다. 그리고 갑자기 뒤통수에서 기관총이 발사되듯 뭔가가 몸 밖으로 튀어나가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머리에서 등으로 이어졌으며 수도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의 빗줄기처럼 빠르고 강렬했다. 한동안 쉴 새 없이 튀어나갔는데 안도감과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때 나는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로 경제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비몽사몽) 염불소리가 사라지면 어쩌지라는 불안으로 아미타불 동영상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몸과 정신이 깨어났고 이상현상은 사라졌다.
잠시 누워서 생생했던 느낌, 염불소리를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어두우니 어두운 여러 존재, 에너지들이 내 몸에 깃들어 나와 교류하고 나를 조종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쉽게 말해 내 안에 집을 짓고 나를 통해 자신들이 살아가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빙의 아니겠는가. 만약 내가 머릿속에서 전해진 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들었다면 제정신을 잃거나 했을지도 모르겠다. 또 며칠 사이인데 내 목과 등에서 빠르게 쉬임 없이 튀어나간 존재들을 생각하건대 그 기간에 그렇게 많은 존재가 스며들다니 놀라웠다. 아마도 수행을 통해 조금은 힘을 길렀을 테니 그런 존재들에게는 어쩌면 너무 좋은 먹잇감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런 존재들을 일시에 튀어나가게 한 염불소리, 모두가 돌아보지 않는 삼업이 더러운 인간인 나에게 들린 염불소리였다. 실상은 모르겠으나(아마 여러 존재들이 위태위태한 나를 측은하게 바라봤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위험한 순간 나를 보호하고 살린 것은 그동안 인연지은 염불이었다. 신의 세계는 냉철하여 인간이 짓는 것에 대하여 대응하므로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좋은 말과 멀어진 나는 보호할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염불은 인연지은 자를 버리지 않았다.
아직 중간에 머물러있어 선택하지 않았지만 염불의 큰 자비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무 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