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사찰을 떠나면 안좋은 일이 생겨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12. 09:43

법화경이 소의 경전이라고 해서 3년 전에 처음으로 천태종의 법당을 찾았다. 법당의 석가모니 부처님 상이 마음에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 때까지는 집에서 경전을 읽거나 염불을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글들을 검색하여 읽을 뿐 절에는 다니지 않았었다. 그것이 인연되어 불교대학도 등록하고 합창단에도 들어갔다. 그렇게 보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딱히 천태종도 조계종도 아닌 불자일 뿐이지만 상당히 깊은 인연이기도 한 것 같다.


절에서 만나게 된 친구는 작년에 내가 사찰을 이제 그만 나올까 싶다라는 말에 이런 말을 했다. 이 곳 사찰은 다른 곳과 달리 기운이 쎄서 다니다가 안나오면 안좋은 일이 생긴다고. 그 때 솔직히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렇게 답을 했었다. 그렇지 않을거야. 내가 사찰을 떠나도 불법을 떠나는 것이 아닌데 내가 어디를 가든 축복해줄거야. 그렇지 않다면 이상한 일 아니겠니? 이렇게 말을 해봤자 친구의 마음에 닿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작년에 사찰을 그만 나갈까를 고민한 것은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청정했으면 좋겠다는 그 원과 사뭇 다른 것들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문제임을 알지만, 그런 문제들이 깊고 넓게 느껴져서 그 곳에 있는 것이 불편했다. 사실 모든 것이 나의 문제일 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일들이 나로서는 넘어가기 어려웠고 예민하게 느껴졌으니 단지 용량과 깊이의 차이일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든 주변과 상관없이 향기를 피우기에는 내가 너무 약했다. 다시 더러움에 물들까에 대한 무의식적인 걱정이 겉으로 표출될만큼 걱정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알콜에 휘둘리는 사람이 이제 겨우 술을 끊게 되었는가 했는데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술을 즐기는 그런 상황과 비슷했다. 그 중에는 술을 정말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방편으로 술자리에 함께 있는 것 뿐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감수하고 그 자리를 지키며 어울리기에는 너무 약했고 불안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짧고 치열한 과정을 통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교대학에서도 갈등이 있었고 합창단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심지어 스님에 대한 내적 갈등도 있었다.  아직 모든 것들이 완벽한 평안 속에 있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친구와 작년과 똑같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내가 그만두면 사찰의 귀한 분들은 오히려 아쉬워할거야.

조금 읽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이 되었다. 아니, 그런 마음이 들도록 변화된 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생각하기에 늘 부처님 말씀을 쫓아 불성의 자비와 지혜와 원만한 힘으로 능히 밝히는 불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이가 떠나감을 좋아할 분은 없을 것 같다. 아직은 미약하고 부족함이 많기에 알려주고 지켜나가는 것에 참으로 손많이 드는 불자겠지만, 부처님의 자녀로서 밝은 뜻을 지녔으니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온 법계가 기뻐하는 그런 날도 있을 않을까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깊은 업장 중 교만이 있다. 글을 적다보면 그런 부분으로 느껴질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그런데 너무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전개이며 부족함이 넘친다는 것을 늘 절절히 느끼고 있다. 가끔은 그 떠났는가 했던 교만의 업이 다시 고개를 처드는 때도 있겠지만,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무섭고 불편한 것이니 읽을만한 부분만 취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면 좋겠다. 기회가 되면 마장(?)이 떠나는 이야기를 한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