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담글에 위로하지 않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28. 15:16

불교카페에 친정, 시댁, 남편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글을 적어올리는 이가 있다.

젊은 시절부터 기도를 해왔다고 했고 지장경을 거쳐 지금은 법화경 사경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전반기부터로 기억하니 짧은 시간은 아니었고 올라오는 글에 나도 댓글을 달았었다.

위로의 말 조금에 내가 아는 법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권유가 주된 내용이었다.


언제부턴가는 가끔씩 글이 올라왔는데 전과 다른 심리적 변화가 보인다고 느꼈고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며칠전 다시 올라온 글은 시부살이에 대한 어려움, 남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상하게도 별로 댓글을 달고 싶지 않았다.

아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줘야 좋은 것인지.

남들이 하고 있는 위로의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만 하면서 며칠이 지났다.

솔직히 그렇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묻고 싶었다.

힘든 것은 알겠는데 이미 마음의 변화를 조금씩 겪고 있는 이 시점에 무엇으로 인해 글을 올리는 것인지.

가족이 허물이 될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시집살이나 남편에 대한 글은 이미 상당히 올렸었는데.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여전히 그 자리, 그 마음에 많이 머물러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제 댓글을 길게 달았다.

위로하고 싶은 마음보다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런데 내가 올린 댓글을 오늘 읽어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뜻은 나쁘지 않으나 상대가 받아들일 말이까 싶어서, 너무 차가운 말일까 싶어서.


잘모르겠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그 사람이 잠깐 언급했듯이 각자의 입장이 다를 뿐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가족의 허물을 세상에 내어놓고 이해받고 동조받고 싶은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모르겠다.

위로의 말이 아니라서 나의 글이 유쾌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이제 글을 그만 쓸까 싶기도 하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불법을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살아가면서 겪는 나의 변화를 정리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