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손가락 물집, 가래, 무엇의 발현일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1. 30. 16:45

기도를 하면서 여러 가지 몸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기의 움직임을, 누군가는 업장소멸을 말한다. 이 말도 저 말도 다 맞을 것 같다. 오늘은 그런 몸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 생각이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 많은 방식을 통해 업장소멸을 하겠지만 생각해보건대 종합감기같은 증상을 통해서도 이루어졌지 싶다. (아직 남은 업장이 수도 없이 많겠지만). 작년 12월에 집중적으로 한달 기도할 때 그랬고(법화경과 염불) 사찰에서 묘법연화경 노래로 예술제에 참석하고 나서 그랬다. 열이 났다가 몸이 아팠다가 가래가 들끓었다가 콧물이 흘렀다가 하면서 앓았다. 


몇 년전 경전을 읽으면서 가래증상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이들면서 목, 기관지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법화경을 읽으면서 통을 옆에 두고 뱉어야 될 정도로 증상이 극심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괜찮아지는 과정을 여러 차례 겪어오고 있다. 처음으로 심한 증상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이제 나도 남들이 말하듯이 어느정도 업장이 소멸되었나보나 했는데 다시 치성해지는 가래 앞에서 그런 마음은 사라져버렸다. 너무나 크고도 깊은 업인 것인지 여전히 나에게 머물러 있다. 가끔은 이 증상이 사라지는 날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1년에 한번 이상은 꼭 그런 기간이 있다. 한동안 들끓다가 잠잠해지진다. 잠잠해진다고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합창을 하면서 노래 부르는 것에 장애가 된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그것때문에 소리가 크게 틀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나만이 느끼는 변화다. 있지만 달라졌다. 그래서 생각한다. 사라지고 사라지다 보면 청정해질 날 오겠지.


지난 9월 묘법연화경 합창예술제에 참석하고 난 뒤 2, 3주를 앓았다. 그 때 이후로 특이하게 새끼 손가락 쪽에 작은 물방울같이 망울들이 생기더니 터지면서 염증처럼 되었다가 나아지고 다시 생기는 과정을 4, 5번 정도 겪고 있다. 가래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염증같이 돋아나는 손가락의 병증은 새로운 증상이라 그런지 이런 저런 생각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낸다. 업장이 소멸되었구나 하다가 다시 증상이 살아나면 내가 마음 잘못 쓰는 것이 없는가를 살피는 한편 이 소소한 증상으로 업이 소멸되니 참 감사하구나 한다.


사실 누군가는 병원갈 일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말할 것이고 나는 그냥 아픈 것으로 치부하기엔 여러가지 상황들을 통해서 알아지는 극히 개인적인 생각, 느낌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저 아픈 것이든 업장소멸이든 다 괜찮지 않을까. 병증으로 인해 스스로를 살펴 잘못을 떠나고 병증에 대해 감사하게 느끼니 다만 이쁜 병증일 뿐이다. 언젠가는 떠나겠지만 내가 좋은 곳으로 나아가게 한다.

오랜 시간 자리했던 손가락의 염증이 손가락 한마디를 거의 덮을 정도로 넓게 퍼졌었는데 매끈하게 좋아졌다. 끝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