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수행, 아쉬운 자리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2. 20:24

사찰의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분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더니 그대로 내려두며 이런 말을 한다.

'전화를 하는 것은 그 사람 마음, 전화를 안받는 것은 내 마음이다.'

1년 전 일이라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논조의 말이었다.

그 자리에서도 그랬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내내 아쉬웠다.

스스로는, 또 얼핏 옆에서 보기에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멋스러운 듯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다.

무엇인지 잘못된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했다면 용건이 있었을텐데 그 필요를 확인해서 해소해주는 마음이 더 부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나서 만났을 때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이제 외부의 상황에 대해서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이 별로 밉지 않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수행을 통해 머무르게 된 좋은 자리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그 선상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여전히 너는 너, 나는 나라는 틀에 갇혀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

적어도 인생을 걸고 전문적으로 수행을 한다면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야 하고 더 나아갈 수 있는데 머물러있는 그 자리, 수행자의 아쉬운 자리다.

물론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 믿고 또 그러기를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