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처도 혼탁해지고 있다.
정말 탁하고 악한 시대이기는 한 것 같다. 내가 법구를 구매하는 온라인 카페가 있다. 작가의 글이 좋았다. 내가 경전을 통해 배워온 가르침과 통하므로 자주 들어가 글을 읽었다. 법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다.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시비를 가릴 마음도, 능력도 없다. 다만 내 무의식이 찜찜하다고 말한다.
무의식의 찜찜함은 꿈을 통해서 먼저 전해졌다. 몇 주 전이었다. 꿈속에 어떤 거대한 건물 안에 있었다. 사람들이 건물 내부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고 있었고 나도 따라 올라가니 무대(단상)가 설치된 넓은 공간이었다. 무대 위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상석느낌) 나는 무대 아래 그들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었다. 뭔가 대단한 행사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음식이 없었다. 누군가 음식을 왜 안주냐고 항의하듯 소리쳤다. 자리 뒤쪽에 테이블도 제대로 세팅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혼자 일어나서 테이블을 펼치려고 했다. 그때 한쪽에서 말에게 우유를 주려 한다고 인지되었는데 뭔가 음식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음식을 가져갈 주머니를 가져오지 않아서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걱정하다가 꿈에서 깼다.
이 꿈을 꾸고 나서 생각해 보니 온라인 카페 관련된 것인가 보다 싶었다. 옛날 꿈과 비교하니 명확해졌다. 카페 가입 후 초기 꿈속에서 나는 교회 수련회 같은 곳에 도착했다. 건물은 없었고 다만 실외에 쭉 펼쳐진 음식을 배식받아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나는 수련회 소속이라기보다는 손님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나의 입장이 그러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작가의 작품이 몸이 바쁠 정도로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해외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으니 가히 성공적이다. 두 번째 꿈을 꾸고 나서 생각하기를 보기 좋게 확장된 멋진 건물이 지금의 카페이고 맛있는 음식이 풍족하지 않은 것이 재료 수급의 어려움을 뜻하는 것일까라고 짐작했었다. 날씨 때문에 점점 재료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음식 없음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고 있다. 지금 카페는 국내외 정치적 상황에 대한 기도로 열심이다. 트럼프는 옳고 중국은 적이고 그에 따라 국내 정치세력도 구분하여 좋은 편, 나쁜 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기도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의 글을 작가가 올리고 있다. 이러라고 작품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는 구절에는 나도 멘붕이 와버렸다.
아, 맛있는 음식이 당연히 없겠구나 싶다. 정말 선지식으로 여겼던 작가의 이런 논조의 글들과 그에 동조하여 멸공을 외치고 욕지거리를 섞어 올리는 특정인의 도 넘는 글과 그런 글에 '좋아요'가 넘쳐나는 이 상황에 많이 당황스럽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논조에 응하지 못하는 나는 정말 안타까운 존재일까?
밖이 소란스럽다. 오랜만에 승현스님의 글을 찾아 읽으니 자기중심을 잡고 휘둘리지 말라는 법문이 마음에 들어온다. 밖이 시끄러울수록 수행자는 스스로의 마음이 시끄럽지 않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적을 찾지 말고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적을 찾아 단호하게 항복받는 것이 우선이다.
어제 문득 빛의 속성이 떠올랐다. 빛은 의도하든 말든 그 자체로 어둠을 밝힌다. 중요한 것은 빛이 얼마나 강한가이다. 오늘은 외부의 적에게 빛으로 공격하겠다는 마음보다는 내 마음의 빛이 얼마나 순수하고 밝은가를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