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비를 가려 무엇하리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9. 14. 19:37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분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시비를 가리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나 역시 법화경을 읽으면서 염불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가, 그 가르침에 비추어 무엇이 바른 주장인가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분별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시비를 가리기데 빠지기도 했다. 어떤 이는 그런 나의 글을 읽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자신만 아는체 한다'면서 불편해했다. 물론 그의 말처럼 비난의 뜻도 없었고 나만 아는체 하는 뜻도 없었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한동안 그런 과정에 빠져있었다. 자신이 하는 특정한 기도만을 주장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랬었다. 지금도 그런 부류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이해하고 닿아있는 부처님 가르침이 그런 주장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자비로 주장하며 부처님이 내세운 모든 길의 끝은 동일하다.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부처님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적고 있으니 지금도 여전히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제는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글들이 읽어 편하지 않다. 맛있지 않다. 그런 시비를 가리는 것이 정말 그 정도로 의미있을까 싶다. 물론 개인의 생각이다.


시비를 가려 무엇할까. 현재의 과정에 든 사람의 사정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과거를 거쳐 현재를 보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 길고도 긴 흐름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그의 현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내가 지금 닿아있는 법이 이러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불자로서 더 합당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혹시라도 잘못된 길에 들었을지 모르는 이에게 안전하고 튼튼한 길을 알려주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무엇을 믿고 있는가. 어찌보면 우리 자신도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제없고 잘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착각일 수 있다.


시비를 가려 무엇을 하려는가. 그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 깊은 마음과 뜻이 생명을 향하는 자비와 지혜가 아니라면 차갑고 불편한 시비분별을 넘어서기 어렵다. 자신의 말을 듣고 글을 읽은 이가 마음에 무엇을 담아가기 바라는가. 부처님을 배우는 이가 거쳐야 하는 시비분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