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한 기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일 년입니다. 좋은 곳으로 나아가셨다고 생각했는데 한참이 지나고서야 여전히 우리 주변을 헤매고 계신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주 앞뒤가 딱 들어맞는 그런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떠나셨다고 믿었는데 참 허망했습니다.
사후 49재를 올렸음에도 어머니는 다시 천도재를 지내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비유하자면 팔을 강하게 잡아끌면서 '가시라'고 말한들 갈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먼저 팔을 놓아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살아생전에 아버지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을 듯 밀착되었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늘 아버지 사진을 보고 산 사람 대하듯 이런저런 말을 하셨고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런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시라 권해봤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살아계실 때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해 종속되어 있는 아버지의 가족애, 책임감은 어머니의 집착 어린 마음, 바라는 마음에 반응하여 편안하게 떠나가시기 어려웠을 겁니다. 가족에 대한 헌신이 아버지 삶의 의미였습니다. 떠나셨으나 당겨지듯 다시 돌아온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6월 말부터 사찰의 백중기도 기간에 맞추어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광명진언 독송, 나무아미타불 독송, 나무묘법연화경 독송, 묘법연화경 독경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1주가 조금 지났을까, 어머니 꿈에 아버지가 나오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못떠나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이후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하고 계셨구요)
아버지가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서 옷가게에서 옷을 한 벌 고르셨는데 어머니가 색이 약간 마음이 안 들어서 저에게 바꿔오라고 하셨다고 해요. 아버지 모습은 크고 좋아 보이셨다고 합니다. 옷 가격이 45만 원이라고 하셨다는데 원래 자신을 위해서는 잘 쓰지 않는 분이라 의외였습니다. 아무튼 좋은 모습이라고 하니 좋았습니다.
전 같으면 좋은 징조로 여기고 마음 편했을 텐데 지금은 회향일까지 방심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위하여 어머니는 집착을 내려놓고 정성스러운 기도를 하고 저는 게으르지 않게 기도를 하고 그로 인하여 아버지의 마음이 밝아져서 생전의 염불 인연, 부처님의 원력에 의지하여 자연스레 극락왕생하시길 기원합니다.
요즘은 광명진언을 하면서 부처님의 광명이 독송하는 제 입을 통해 나와서 아버지의 몸에 가득히 차오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염불을 하면서는 연꽃 위에 앉으신 아버지가 부처님의 인도하심으로 극락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묘법연화경을 읽고 나무묘법연화경을 독송하며 법의 유익을 나누고자 합니다.
돌아가신 분이 계시다면 마음으로 붙잡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안하게 나아가실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단속하고 선업을 쌓아 그분의 앞길을 밝혀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