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화해
이글까지만. 그리고 공부하겠습니다.
어머니와 내가 일으킨 소란이 싫은 아버지는 어제부터 약도 밥도 드시질 않았다.
아침 잠결에 들으니 아침식사도 안하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나간 사이 아버지에게 뭔가 드시겠냐 하니 안드신단다.
굻어 돌아가시려고 하냐니 그렇단다.
사놓은 요플레 중 남은 하나를 권하니 드신다.
어머니와는 알아서 해결할테니 걱정말라고 말을 전했다.
사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답이 없었다.
어제 화해의 손도 내밀었는데 싫다고 했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냥 부처님이 알아서 해주시라 청했다. 이런 어거지를 부려도 되는가 싶었지만.
어머니 마음을 바꾸든 꿈 속에 나타나 말씀하시든 부처님이 알아서 해주시라 했다.
어머니가 외출에서 들어와 아버지와 점심을 어찌할까 대화하는 거실로 무턱대고 나갔다.
아무일 아닌듯 너스레를 떨며 점심준비할 때 내 것도 같이 해달라 했다.
어이없어 화를 담아 말을 시작한 어머니는 오래지 않아 급선회를 하셨다.
다음부터는 자신을 건딜지 말라고 하신다.
건딜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리 저리 말을 주고 받다가 내가 그랬다.
건들어도 괜찮아야 수행이지.
미친듯한 화를 담아 폭발할 말일 수 있는데 그런 말을 두, 세 차례 하는 동안 어머니는 폭발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바라보니 씩 웃고 계셨다.
내 진심이었다.
좋을 때 좋은 것, 아닌데 잠시 참아 좋은 척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구나 다 그렇다.
그런데 정말 좋은 것은 아닌데도 좋을 수 있는가에 의해 가려진다.
이번 일을 겪으며 어머니와 나에게 숨어있고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어둠을 보았다.
그것이 없어져야 진짜 수행 잘되었다고 하지 않겠는가.
아, 나는 모르겠다. 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더러움이 어떻게 떨려 나갈지.
부처님이 알아서 해주시라.
명확하게 포고하되 나는 청정함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