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오랜만에 법당에 앉아서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2. 25. 15:20

실로 오랜만에 법당에 앉아 부처님상을 마주했다.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아는가. 불상에는 보는 이의 마음이 투영된다. 내가 웃고 내 부처가 웃으면 눈 앞의 부처가 웃는다. 그래서 눈 앞의 부처가 미소지으면 마음 한 켠이 편안해진다. 별문제없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불상을 마주하는 불자는 비슷한 경험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표정이 변하는 부처를 말이다. 변하는 부처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말하길,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불보살상 중에 각자에게 딱 인연되는 상이 있다고 했다. 그런지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 다니는 사찰의 불상이 처음부터 좋았다.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균형잡혔으며 편안했고 그 미소가 좋았다. 오늘 그 불상 앞에서 불자로서 내가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아뢰었다. 신기하게 불상을 대하여(사실 부처를 대함이다) 마음을 내놓다보면 세상을 다품을 것 같은 마음이 된다. 부처님과 그대로 통하는 것인지, 내 안의 불성에 닿는 것인지 한없이 자비롭고 넓은 마음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짓게 되는 그런 마음이 된다.


부처님은 언제나 좋다. 오랜기간 떠나면 좋다는 것조차 잊게 되니 잊지 않아야 하며 늘 가까이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아침 읽었던 부처님의 가르침 중 정진하지 않고 게으른 자를 비유했던 글이 마음에 남는다. 수행을 통하여 이제 불을 나기 직전일지도 모르는데 멈추는 어리석음을 짓는다면 분명 크나큰 후회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겠노라고, 게으름을 떠나겠노라고 오랜만에 마주한 사찰의 불상 앞에서 용감하게 다짐해보았다.


모든 이들이 정진하여 밝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