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오랜만에 찾은 사찰, 스님과의 차담을 신청하세요.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8. 8. 15:07

2, 3주 동안 신경쓰던 일을 생각보다 간단하게 처리하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기분 그대로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정말 오랜만에 법화경을 가지고 사찰로 향했다. 사찰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식 홍보판에 스님과의 차담을 신청하라는 글과 외국인들과 차를 마시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찍혀 있었다. 사찰 입구와 법당 입구에 입식 광고판과 게시판을 이용한 홍보문구가 여러 개 보였다. 사찰 대토론회를 한다고 한 이후니 그 결과물 중의 하나인가 싶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참담함(?)과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다.


사찰에 오고나서 스님은 늘 차담을 강조했었다. 처음에는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스님이 참 참신하게 느껴졌었다. 스님을 처음 대하는 많은 이들이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차례 대면할수록 아쉬움이 남았다. 신심을 북돋고 청정심을 돌이키게 하는 일과 멀게 느껴졌다. 오히려 스님의 존재가 사찰에 나가 무언가를 하는 것에 불편함으로 작용하는 순간이 왔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나로서는 그랬다. 지금은 그저 다한 인연으로 생각하는 스님의 일이지만 개인상담이 가능하다며 신도들에게 차담을 신청하라는 글이 마음에 부정적인 감상을 남겼다. 2년을 넘게 차담을 강조했는데 이제 와서 차담을 신청하라고 홍보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이 스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일, 큰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홍보판에 차담이 아닌, 기도를 함께 하자는 스님의 불사가 적혀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찰에서는 문제를 만났을 때 나를 돌이키는 것이 중요하며 근본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님의 일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또 근본이 되는 것은 청정한 불심, 중생을 위한 자비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다스리지 않고 다른 것으로 해결책을 삼으려는 것은 더러운 방을 청소하지 않은 채 어떻게 하면 향기로울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한계가 있다.


불법에 들었으니 모두가 길을 따라 결국 성불의 길로 나아가게 됨을 알고 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인연이 되어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알아지고 생각되는 점, 아쉬운 점을 적어보았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인과가 명확하기에 불자는 어떤 측면에서는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