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상기도(기도는 우리의 밥)

향광장엄주주모니 2025. 3. 23. 11:54

매일 기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2025년 들어 매일 하려고 하는데 정말 게으른 마음이 치성할 때에는 아주 축소해서 행하기도 한다. 매일 하는 기도 중 빼먹지 않으려고 특히 노력하는 기도 중 하나가 옴마니반메훔이다.

 

세상을 위해 한 바퀴, 인연영가를 위해 한 바퀴, 현생의 가족의 위해 한 바퀴를 돌리는데 어느 날 너무 하기 싫어서 다른 기도를 생략하거나 줄이더라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옴마니반메훔을 각각 세 번씩만 읊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새벽에 꿈을 꿨다. 기도하면 밥 관련한 꿈을 꿀 때가 있는데 이 날은 압력밥솥으로 밥을 짓고 있었다. 문제는 그 밥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불을 키는 바람에 밥이 제대로 익지 않은 상태에서 밥솥 외면이 녹아버렸다. 주방에 사람들이 있었으나 나를 돕는 이는 없었다. 

 

주방 공간은 매우 깔끔했다.  주방에서 내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 공간 역시 쾌적했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니 밖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주방 쪽에 있던 나무판자 같은 자재를 내 방에 들여보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났지만 꿈속 상황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이어졌다. 밥 짓기를 망쳐서 제대로 사람들에게 밥을 줄 수 없다는 것과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음에도 아무도 돕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나무판자를 내 방으로 들여보낸 것에 대한 짜증이 올라왔다.

 

함께 있던 이들은 경험상 내 세계에 있는 존재들이었는데 왜 나를 돕지 않은 것인지 처음에는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탓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밥 짓는 것은 나의 기도를 의미한다고 이해된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일이다. 내가 하겠다고 마음먹고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결과를 그대로 받는 것뿐이다. 그 세계는 나의 것이니 무엇이 되었든 내가 처리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판자가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내 방에 다 가져오라는 마음이 되었다.

 

내 일상의 기도는 밥 짓기와 같다. 매일 먹어야 한다. 그러니 매일 해야 한다. 여기 무슨 이견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