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돌아간 말
한동안 카페를 탈퇴했던 시절, 내 블로그에 내가 쓰던 필명들로 찾아와서 조롱하는 글을 적던 사람이 있었다. 아이를 보는듯해 화가 나기보다 많이 재미있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수준이구나.' 싶었다. 씁쓸하기도 했었다. 탈퇴한 카페에 적었던 내 마지막 글에 '제발 카페에서 활동하지 마세요. 그런 마음으로 무슨 불성, 맑음을 이야기하나요"라는 댓글과 함께 공왕불 기도 지지자가 나에게 적었던 악평(?)을 캡처 떠서 '오죽하면 회원들이 이런 댓글을 다나요'라고 했었다.
평소 이런 저런 캡처를 떠서 자신의 과거를 알리거나 사람들이 자신과 교류하며 나눈 것을 알리거나 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냐 하면 마음이 견고하지도 편안하지도 않구나 싶었다. 그런 것에 관심있고 그런 것이 필요하고 그런 것에 매이는 마음이 염불행자의 편안한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적으로 충만하고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크게 밖으로 '내가 이러하다'고 드러낼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생각한다. 무리지어 무엇하려는가. 인연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니 크게 구해 무리지을 필요가 있을까. 부처님 가르침이 중심에 있다면 맹목적인 신봉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데 말이다.
어제 문득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읽지는 않아도 카페에 들면 수시로 글 올리던 것이 보이던 이가 한동안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클릭하니 탈퇴했다고 하고 글 몇개를 읽으니 다른 회원과 갈등이 있었던 것 같았다. 탈퇴하면서 새 카페를 차린다고 하는 것 같은데, 정신 바싹 차리지 않으면 다른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생각든다. 무리짓는 이들에게 마음 닿지만, 어찌보면 자신의 인연따라 가는 것이니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내가 다 아는 것도 아니니 말하기 어렵다. 글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그 사람이 탈퇴한 나에게 했던 말, '제발 카페에서 활동하지 마세요'라는 그 말이 자신에게 돌아갔다.
오늘 아침 승현스님 글을 읽었는데 추한 모습에서 어여쁜 모습으로 바뀐 한 공주의 전생업을 보면 부처님을 비난한 업으로 추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비난한 이후에 참회한 업으로 다시 어여쁜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처님 법을 배우고 따른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중에 짓게 되는 악업은 그대로의 과보가 따르게 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니 중생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안다면 미흡함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유익하다. 아직 나도 잘하지 못하지만, 다른 이가 어떻게 하는가에 집중하기보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돌보는 것으로 돌이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짓는 대로 돌아오는 것이니 남의 허물을 비난함이 중요한가. 내 허물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가.
카페가 불자들의 청정심으로 밝아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