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서 읽는다는 사람
경전이 재미있어서 읽는다는 사람이 있다.
재미있어서 10년 읽어오고 있다고 했다.
앞서서 경전을 번역한 이들의 번역본을 공부하고 잘못된 점들을 파헤치고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런 자신을 그 분들도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귀엽게 볼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글도 누군가가 그렇게 파헤치고 잘못된 점을 밝히면 된다고 했다.
그의 글을 좀 읽어보니, 정말 유식해보였다.
나는 말할 수도 없는 여러가지 것들을 일어, 영어까지 동원해가며 설명했다.
그의 논설이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아상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해보인다.
10년을 매일 매일 읽고 공부하다니.
그런데 재미있어서 읽는 경전은 정말 부처님 뜻에 닿아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너머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경전을 알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경전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에 그런 각오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참다운 법의 유익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욕이 중요하다고 배웠으면 인욕을 자신의 삶 속으로 들여와야 한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참으로 인욕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앎에 머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나도 경전이 재미있다.
그런데 경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안에 내 삶의 참다운 평안과 행복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가다보면 나의 삶이 바뀌고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머리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우리 앞에 있는 것은 살아있는 불법이다.
머리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
그리고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머리로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아직 이것을 모른다면 당신은 참다운 기쁨, 재미를 모른다고 말하겠다.
내가 경전을 읽는다고 할 때, 많은 이들이 지식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내 삶을 변화시키니 지식을 넘어섰다고 했다.
이제 그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앎이 당신의 삶을, 태도를, 마음가짐을 바꾸었는가?
참으로 불법이 그대의 삶을 통해 흐르는가?
그대의 말은 인간의 현란한 지식인가? 살아있는 부처님의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