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한 이들에게는 재보를 주시나이다
법화경 근기품(신해품), 존자 마하가섭의 게송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리고 세간의 스승이요 자생자께서는
저희를 그대로 두신 채
제법실상을 해명치 않으시고
저희들의 근기를 관찰하사
다만 때를 기다리셨나이다
때맞춰 방편력 쓰시며
마치 장자처럼 말씀하시되
그대들의 하열한 근기를
충실히 조복하라 하시며
조복한 이들에게는 재보를 주시나이다
장자, 궁자의 비유에서 장자는 궁자에게 하천한 일을 오래도록 시키면서 그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재산을 맡긴다. 마하가섭은 이 비유를 들어 말하고 나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처님도 이 비유처럼 제자들의 근기를 관찰하며 때를 기다리셨고 때에 맞게 방편력을 쓰시며 하열한 근기를 조복하라고 하신다고, 그리고 마침내 충실하게 조복한 자들에게 재보를 주신다고.
가끔 불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모습을 보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부처님 법을 잡고 있으니 변화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이 정말 하열한 근기를 충실하게 조복해나가는 모습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재보를 받고 싶다면 시시때때로 방편으로 펼쳐지는 가르침 속에서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지금의 근기를 키워가는 마음과 행이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 궁자는 장자가 시키는 일을 그대로 수용하고 자신의 도리를 다해가면서 마음이 변화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할까. 부처님은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마땅히 지켜나가야 되는 도리를 알려주시고 계신다. 그러니 가르침대로 살아나가면서 내 도리를 다하는 가운데 하열한 근기가 조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 며칠 마음이 요동을 쳤다. 사람들의 뒤집히는 마음에 기댈 것이 없음을 오래 전에 알았음에도 경전보다 법보다 부처님보다 사람들의 말과 마음에 휩싸이다 보니 나의 마음도 그에 맞춰 요동쳤다. 결국 기댈 것은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환경이 악해질수록 불자는 더욱 더 부처님의 가르침과 깊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성의 움직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재보를 받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상황 속에서 그대의 하열한 근기를 충실하게 조복해 나가라.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하열한 근기를 충실하게 조복하는 것일까. 모르겠다면 지금부터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배워보라. 가르침대로 행해나가는 가운데 우리의 근기는 변화할 것이고 부처님이 전하는 재보의 주인이 될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