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장경, 어머니의 변화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1. 21. 20:53

며칠전 차를 타고 가면서 제가 살아가는 도리를 말하니(부처님 법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이렇게 살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가끔씩 합니다)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시네요.

내가 예전에는 자려고 눕기만 하면 이런 저런 걱정으로 머리가 아팠다. 그런데 이제는 자려고 누우면 오늘 하루 잘지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되고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70이 넘어서 자식의 강요에 의해 지장경을 읽기 시작한 지 2년째가 되셨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떠듬떠듬 읽기 시작하셨는데 이제는 부드럽게 읽어나갑니다. 상상이 될까요? 듣기에도 힘들 정도로 떠듬떠듬하셨습니다.

당시 어머니와 다툼이 있었는데 몇끼니였던가 밥을 안먹었지 싶네요. 그 다툼 직전이었는지 다툼 중이었는지 지장경을 읽어라, 싫다라는 실랑이가 살짝 있었습니다. 사실 다툼은 경을 읽는 것에 관한 것은 아니었는데 제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쓰는 어머니에게 지장경을 읽으면 밥을 먹겠다고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지장경 읽기 싫다고 하셨지만(죽은 사람과 관련된 경전으로 아셔서 상당히 거부감을 많이 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자식이 밥 안먹는 것이 걱정되셨던지 지장경을 읽겠노라고 선언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지장경 읽기가 시작되었고 하루 하루 지나면서 밥을 먹는 것처럼 빼먹지 않는 일과가 되었습니다. 

늘 욕심이 많아서 주는 것은 아까워하고 공짜로 얻는 것을 좋아하고 건강염려증으로 의사가 짜증을 낼 정도로 병원을 찾으셨고 없는 걱정도 찾아서 하는 타입이라 보기에도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당신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이셨습니다. 가족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으셨지요. 물론 한국의 자식사랑 지극한 어머니의 모습이었지만 그 면면에는 짙은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흐르는 분이셨습니다.

그랬던 어머니였는데 지장경을 매일 매일 읽으시더니 약을 몇가지나 끊으셨다고 하십니다. 주지 않는 것을 가져오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지장경 읽고서야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집에 있는 것을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을 크게 아까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인데 다른 이는 하고 싶을까에 마음이 닿아 가끔은 다른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미리 하십니다. 며칠전에는 아버지에게 악담 비슷한 소리를 하시더니 몇시간 뒤에 진심으로 사과를 하시더군요.  처음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런 빠르고도 진심어린 사과를 보는 것은.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제 권유를 따라 지장경을 읽고 아미타불을 하십니다. 능숙하고 매끄럽지는 않지만 기도를 한 공덕을 온 법계, 일체 중생에게 회향한다는 말을 배우시더니 그렇게 하십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수행은 수준있어보이지도 유식해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제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어리숙하고 가끔은 웃음을 자아나게 하는 기도 수행이지만 진심이 담기고 믿음이 담기고 성실함마저 겸비한 어머니의 수행과 기도는 불보살님을 부르는 힘을 지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가끔 어머니에게서 불보살을 느낍니다. 잘난 소리하는 저보다 낫다 생각합니다. 닿을 수 없는 깊이를 느낍니다.


경전을 읽으시나요? 염불을 하시나요? 예전과 달라진 자신을 느끼시나요? 주변의 사람들이 달라졌다고 하는 말을 들으시나요? 자신으로 인해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더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시나요? 이런 변화가 없다면 다시 마음을 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부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70넘은 노로의 무학자에게도 닿은 그 음성을 우리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게 수행이지 달리 무엇이 수행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