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찜찜함과 미묘한 이질감

향광장엄주주모니 2023. 2. 24. 09:35

경전을 읽고 염불을 하고 법을 사유하면서 점차 맑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명확하게 들어올 때도 있고 정확하게 알아지지 않지만, 찜찜함, 미묘한 이질감 같은 느낌이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법을 몰랐을 때에는 찜찜하다는 감정을 알아채면서도 더 강력한 탐진치로 인해서 정신없이 후회할 선택을 하고 그 과정을 온전히 겪었는데 수행하면서는 점차 그런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도 빨리 되돌이켜지는 것 같고요. 갈 데까지 가지 않는 거죠.

 

생활이 나태해지면 흐려지기도 하지만 완전히 허물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여전히 스스로 속임을 당하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언제나 내가 맞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찜찜함이 일어날 때에는 경계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그럼 이런 찜찜함과 미묘한 이질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동안 부처님의 법으로 수행하여 머무르게 된 자리(이걸 앎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와 수행을 통해서 드러난 내 안의 불성, 무의식으로부터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찜찜한 마음이 든다면, 뭔가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아무리 매혹적인 인자가 이끌더라도 잠시 멈춰 돌이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업에 이끌리는 것이니, 눈에 뭐가 씌운 듯이 홀리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근원에 닿게 하는 많은 행위를 통해 가야 할 길, 가지 않을 길에 대하여 끊임없이 주어지는 메시지를 알아채는 힘, 알았다면 그에 합당하게 따라갈 힘을 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