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참회를 불러일으키는 마음

향광장엄주주모니 2024. 11. 6. 10:50

꿈속에서 술 취한 사람을 본 이후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또 일상 기도의 루틴을 정해서 아침저녁으로 간단하게 수행해 오고 있다. 전보다 정신이 맑아졌다고 느낀다. (어제까지는 제정신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꿈에 정신이 혼미한 두 사람을 보고 나서는 또 다른 측면의 정신없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적어보기로.)

 

아무튼 나름 수행의 컨디션이 회복되어 간다고 느끼고 있었고 어제는 외부 활동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삼악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매표소에서 금액 할인을 위해 나와 모친의 신분증을 제시하니 어머니 실물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뒤쪽에 서있는 어머니를 급하게 부르는데 어머니 앞 쪽에 서 있는 두 명의 아주머니가 나 몰라라 틈을 내주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이해가 되니 순간 화가 났다.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으나 거의 욕하는 마음이 되었었다. 

 

이런 불쾌한 상황으로 출발했지만, 전체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케이블카를 타고 싶어 하셨으나 완공을 못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챙겨서 어머니와 가을 단풍을 구경하고 시간을 잘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일정을 마치고 운동을 나섰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던 중 갑작스럽게 두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나이 든 나의 어머니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떠올리니 두 사람을 향했던 분노심에 대해서 후회하는 마음, 참회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럴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왜 미워하고 화를 냈을까. 참 잘못했구나. 순간 내가 잘못했음을 반성하고 두 사람을 축복해 주십사 하는 그런 마음이 되었다.

 

참회와 축원의 발원을 하고 나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의 마음에 이렇게 빠르게 참회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일까. 세상에 우연은 없으니 말이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내 안의 불성일지도. 또는 불자가 좋은 길에 들기를 응원하는 선한 존재일지도. 분명한 것은 이런 빠른 참회로 인해서 잘못에 대한 아픈 과보가 크게 일어나지는 않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