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지장경이어서 다행이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처음 읽은 경전이 지장경이어서 다행이다.
지장경은 인과를 가르친다.
불보살님의 자비를 보여준다.
인과는 마주하기 조금 껄끄러울 수도 있다.
악업을 지으면 좋지 않은 과보가, 선업을 지으면 좋은 과보가 생긴다는 것은 인과의 기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복을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삶을 선업으로 채우는 것은 멀리한다.
삶의 재미로 느끼는 친숙한 일들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경전 읽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지옥의 과보가 그려지는 부분에 이르면 경전 읽기를 무서워한다.
껄끄러워도 진리는 늘 우리 삶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 흐름을 벗어날만한 이는 많지 않다.
단지 좋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지장경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바꼈다.
스스로의 안위가 아닌 중생을 위해 끊임없이 보살행을 하고 눈물짓는 지장보살의 거대한 원력은 뼛속까지 교만한 내 마음을 변화시켰다.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뭇중생을 향한 자비가 눈뜨기 시작했다.
100독도 하지 않았지만, 독경의 공덕은 그러했다.
법화경을 바르게 마주할 힘이 생겼다.
10년 이상 기도많이 했다고 자부하는 어떤 불자가 있다.
그런데 나는 지장경 100독을 넘긴 고령, 무학의 어머니에게서 더 불보살을 느낀다.
매일 매일 2, 3품씩 읽은지 이제 2년에 접어든 어머니는 가끔 보살같다.
처음에는 억지로 읽게 한 나를 원망했지만, 1년이 지나고나서는 지장경 독경 권유가 내가 한 일 중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하신다.
늘 걱정에 매이고 욕심으로 가득했던 어머니의 얼굴은 많이 편안해졌다.
그게 지장경의 힘이다.
어느 스님말처럼 초보불자라면 지장경을 읽어보라.
많은 복이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