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악의 상급자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 1. 19:00

예전에 상급자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누었던 이야기가 가끔씩 생각한다.

꽤 오래 전에 읽어서 분류기준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일을 잘하고 못하는 것과 게으르고 부지런한 네가지의 항목으로 4가지 조합을 만들었던 것 같다. 최악의 유형은 일을 못하면서 부지런한 유형이었다. 표현을 달리 하면 어리석은데 부지런한 사람을 말한다. 그런 상급자를 만나면 하급자들은 많이 어려워진다. 조직이 두려워하는 이가 바로 이런 유형이다. 움직일수록 해를 끼친다. 악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흘러가기 쉽다.


사실 상하관계의 조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곳에 머물러 살아가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기도 해악이 되기도 된다. 스스로 생각할 때 어떤 유형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지혜를 바라고 게으름을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의 지점이 어디인지 아마 아주 오랫동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부처님 법을 배우고 그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과거 최악의 지점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행이 가져오는 변화를 믿고 그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던 상황들이 알아진다면 지혜에 가깝다. 그 알아차림으로 생각없이 하던 10가지 행동들이 9개로 8개로 점차 줄어들고 바르게 행동한다면 살아있는 지혜가 된다. 필요할 때만 간신히 하던 독경과 염불을 꾸준히 하는 날이 많아진다면 게으름과 멀다. 배운 가르침으로 각 자리에서 행할 도리를 미루지 않고 행한다면 살아있는 부지런함이 된다. 


가끔 이 상급자의 유형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런 일이 되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일으키는 상황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움직여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이 주변을 더 흐리게 만드는 일이 된다면 무서운 일 아닐까. 차라리 게으른 것이 선에 가까워진다면 절망스러운 일 아닐까. 이 무시무시한 진실에 생각이 닿게 되면 나의 움직임이 누군가의 세계를 흐리게 하는 일이 되지는 않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움직이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혜에 가까운가' 생각이 떠오를 때 마음을 견고히 해야 한다. '바른 생각이라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