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도를 해도 나쁜 인연과 멀어지지 않는 이유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4. 9. 09:50

사람과 만나지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만나게 되고 만남의 이유가 충족되면 헤어지게 된다.

단순히 보면 그렇다.

이해하기 쉽게 불교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빚이나 은혜를 갚기 위해 만난다고 한다.

빛 다 갚았고 은혜를 다 갚았으면 만남의 이유가 충족되니 헤어지게 되고 헤어질 수 있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피해도 다시 숙제해야 하니 만나게 된다.

불자가 이런 이치를 안다면 만나게 되는 인연에 대해 자신의 본분을 다함으로써 숙제를 마친다 생각할 것이다.


자, 이제 기도하는 불자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간단히 생각해보면 좋은 것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을 것이니 패스.

싫고 괴로운 것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를 바랄 것이고 기도에 의존하는 마음이 될 것이다.

기도의 공덕이 있으니, 그 기도의 공덕으로 내가 맑아지고 상대의 괴로움까지 맑힐 정도가 되면 헤어질 수 있다.

잘하면 이번 생의 기도로 상대가 나에게 좋은 마음마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해도 해도 여전히 나쁜 인연과 멀어지지 않는다면 이유가 뭘까.

아마도 내 기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으로 변명을 하든 기도하는 마음, 기도하는 행이 바르고 충분하다면 서로의 괴로움이 사라질 것이니 말이다.


여기에서 불자가 생각할 바가 있다.

우리 기도의 궁극의 이유, 목적은 무엇인가.

기도를 포함한 모든 수행의 목적은 나를 변화시키는 데에 있다.

기도를 하면서 마음의 변화가 있어, 이렇게 힘든 인연으로 만난 우리의 과거를 가늠하여 반성한다면 어떨까.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에 마음이 미쳐 상대를 미워하는 자신을 반성하고 더 나아가 자비로 대한다면 어떨까.

이런 마음이라면 그 인연은 더 이상 나에게 괴로움을 주기 어렵게 된다.

상대가 변화될 수 있지만, 그 자리에 머물 자격이 없게 되면 그가 떠나든 내가 떠나든 상황이 정리된다. 


기도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기도를 통해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가를 잘 살펴보라.

동시에 우리 인연의 흐름, 그 이치를 이해하면 괴로운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글만큼 단순하게 정리되기 어렵다.

순간순간 두터운 탐진치의 그늘이 우리의 마음을, 시각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자는 인연을 이렇게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도를 해도 나쁜 인연과 멀어지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스스로를 차분히 바라보라.

아직 당신에게 닦을 바가 남아있는다 이야기이니 말이니, 자기마음자리 닦아가는데 힘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좋은 뜻을 세우고 이 자리를 충분하게 잘 지나감으로 자신의 삶을 밝히고 주변을 편안하게 하고자 소망하자.